러' 가스공급 축소..가스대란 현실화
슬로바키아 비상사태 선포 예정..독일도 영향권
EU 비난 속 중재 노력
2009-01-06 23:05:00 2009-01-06 23:05:00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으로 유럽의 '가스 대란'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동안 가스 수급에 여유를 보이던 독일도 결국 가스 중단 5일 만에 이번 분쟁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지난 2006년 1월 가스 대란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가스 부족 사태 유럽 전역으로 확대 =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의 발렌틴 쳄리안스키 대변인은 6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하는 가스의 공급량을 평상시의 3분의 1수준인 9천200만㎥로 줄였으며,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가스 부족 현상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고는 현실로 나타나 불가리아, 터키,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가스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경제부는 이날 밤사이 가스 공급량이 70%나 떨어졌다면서 조만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불가리아 경제부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수출하던 가스가 6일 오전 3시 30분(현지시각)께부터 중단됐다고 밝혔고 불가리아 국영 가스회사인 불가르가즈의 대변인은 가스 비축량이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를 확인했다.

터키 에너지부도 가스 공급 중단 사실을 확인했으며 오스트리아도 평소의 10%만이 공급되면서 비상사태를 맞고 있으며 현재 비축분에서 가스를 뽑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체코도 밤사이 가스 공급이 현격히 줄어들어 부족분을 노르웨이산 가스에서 충당하고 있고 루마니아도 가스 공급이 계약 공급량의 75%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루마니아 엘밀 보크 총리는 "가스 공급량이 줄긴 했지만, 통제 상황에 있다."라면서 "대체 연료 사용 등 가스 소비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남동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를 거쳐 공급받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잘 버텨오던 독일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에너지기업 Eon 그룹과 빈가스(Wings)는 아직 충분한 비축량을 갖고 있지만, 가스 흐름이 상당히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on 그룹 관계자는 "기온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시험받게 될 것"이라면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독일, 불가리아 등 중부 유럽 국가에는 영하 10도 이하의 겨울 추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협상 재개 가능성 없어 = 가즈프롬은 5일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에 수출하는 가스의 양을 6천530만㎥ 정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즈프롬의 이 같은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푸틴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수출되는 러시아산 가스를 유용하고 있다며 유용된 양만큼 가스 수송량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가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고의로 가스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대신 또 다른 유럽행(行) 가스 루트인 벨라루스를 통한 가스 공급을 평상시보다 3분의 1가량 늘렸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가즈프롬은 나프토가즈가 20억 달러 상당의 가스 채무를 갚지 않고 자신들이 제시한 올해분 가스 공급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가즈프롬은 내년도 가스 공급가를 450달러(1천㎥)까지 요구했지만 나프토가즈는 200~235달러 선이 적당하며 450달러를 받으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지급해야 하는 가스 통과료 역시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아직 협상 재개 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이번 분쟁 해결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 상사 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비난 속 중재 노력 = EU 이사회 순회의장국인 체코 당국자와 EU 집행위 고위관계자로 구성된 EU 진상조사단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 정치 지도자들 및 가스산업 대표들과 대화를 한 뒤 곧바로 모스크바로 이동, 이번 천연가스 공급 분쟁의 원인과 실태, 전망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EU 집행위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위원장은 전날 푸틴 총리와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이번 양국 간 가스 분쟁이 유럽 국가들의 가스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체코와 집행위원회는 이날 다시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사전 경고도 없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양국 고위 당국자의 보장과는 배치되게 일부 회원국으로의 가스 공급이 크게 줄었다."라고 지적했다.

EU는 이어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비난하고 "회원국으로의 가스 공급이 즉각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과 양측이 '상거래 분쟁'을 확고하게 타결짓기 위한 협상을 즉각 재개해 이번 주 안에 해결책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EU는 "의장국과 집행위는 양측이 즉각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대화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EU는 이번 사태를 여전히 '상거래 분쟁'으로 규정, 중재에 나설 생각을 없다면서 피해를 보는 최종 소비자의 관점에서 분쟁 당사자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대화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U는 특히 양국 정상들과 EU 집행부가 함께 만나는 최후의 수단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반(反)러시아 성향의 폴란드의 레흐 카진스키 대통령도 오는 14일 폴란드에서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하고 이번 사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가들은 이번 가스 분쟁은 지난해 8월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한때 냉각기를 맞았다가 최근 우호적 분위기로 돌아선 러시아와 서방과의 관계를 다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서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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