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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없는 스마트폰 전쟁..애플 '지고' 삼성·LG '뜬다'
혁신의 공백, 자본이 대체..이는 삼성과 LG의 안방
2013-05-06 16:17:18 2013-05-06 16:20:1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혁신이 아닌 '자본 경쟁'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사양 경쟁이 사실상 정점을 찍은 가운데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대표적 글로벌 제조사들은 저마다 '혁신 없는 야심작'을 들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애플의 혁신 동력이 약화되면서 사실상 업계에서는 더 이상 혁신을 가치로 내걸지 않는 분위기다. 더 이상의 기술적 진화가 어려우면서 제품 간 차별성도 약화됐다.
 
자연스레 혁신의 공백을 기존의 경쟁 구도가 대체하게 됐다. 이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강점을 띠는 전장이라 이들의 독주와 약진이 전망된다. 
 
반대로 그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해온 애플은 상징성이 옅어지면서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애플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6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7%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3%포인트, 3.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로서는 '안방'에서 굴욕을 맛본 셈이다. 특히 LG전자는 그간의 군소 전쟁에서 벗어나 3위 자리를 확고히 꿰차게 됐다.
 
이번 조사가 삼성과 LG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4와 옵티머스G 프로가 출시되기 이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2분기부터는 이들 양사의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애플의 점유율 약세는 더욱 뚜렷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같은 애플의 급격한 하향세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 특유의 시장 공략이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완전히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혁신=애플'이라는 등식이 깨지면서 스마트폰 구매의 조건이 다양화된 것이다.  
 
IT 전문매체인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최근 "현재 시장 환경이 애플에게 유독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혁신의 부재'가 이를 유일한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온 애플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이후 애플은 점점 '가치 중심'의 시장이 아닌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 중심의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 맞닥뜨리게 됐다.
 
반면 전 세계 통신사업자, 유통채널망 등을 우방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애플이 사용할 수 있는 시장 전략은 제한돼 있었다. 이는 뒤늦게 애플이 그간의 프리미엄 전략을 버리고 저가형 아이폰 출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애플의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선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강력한 마케팅'과 '다양한 유통채널'을 꼽는다. 또 폭스콘에 제품 생산을 전량 의뢰하는 애플과 달리 탄탄한 자체 생산기반을 보유해 공급이 안정화돼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물론 LG전자의 도약은 구글과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형성돼 있는 '안드로이드 혈맹'의 후광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유럽에서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유통망을 보유한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8 운영체제(OS)를 선택했다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적인 증거다. 일순간의 선택이 구도 자체를 뒤틀리게 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다소 뒤쳐지기도 했지만 옵티머스G 시리즈 이후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인정 받기 시작했다"며 "북미 휴대폰 시장은 통신사들의 마케팅이 큰 역할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애플, LG전자를 제외한 휴대폰 기업들은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까지 내몰렸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애플, 삼성을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 업체들이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LG전자의 선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동일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토조기업인 팬택의 부진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시장이 마케팅 경쟁으로 재편되면서 실탄이 메마른 여타 제조사들이 삼성과 LG를 뒤쫓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플의 경우 현금은 충분하지만 노하우의 부재와 자존심으로 인해 전략적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자니 그것도 부담이다.
 
국내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에게도 경종을 울리게 될 것"이라며 "고도의 콘텐츠 시장이 형성돼 있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HTC, 노키아 등 대다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미국에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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