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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페이지 바꾸세요”..포털, 이용자 유치 '혈안'
2013-03-26 11:22:51 2013-03-26 11:25:27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뜬금없이 시작페이지를 바꾸라는 메시지가 뜬 것이다. 그는 클릭을 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변경 요구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얻은 결과 포털업체가 배포하는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간신히 삭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시작페이지를 두고 포털기업들 간의 경쟁이 뜨겁다. NHN(035420), 다음(035720)커뮤니케이션, 이스트소프트(047560) 등은 백신 프로그램이나 툴바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사 사이트로 기본화면 변경을 권유하고 있다. 이용자가 일일이 이용약관을 확인하지 않고, 대부분 승인 버튼을 누른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고객의 선택을 제한하는 일종의 락인(잠금효과)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무리한 이용자 빼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후발업체인 이스트소프트의 경우 알툴바, 알약 등 이용률 높은 무료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온라인 리서치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이스트소프트 포털사업체 줌인터넷의 2월 검색점유율은 0.7%를 넘었으며, 시작페이지 점유율 역시 4.8%에 이르렀다. 신생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NHN 관계자는 “줌인터넷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가장 먼저 뜨는 게 ‘삭제’라는 단어”라며 “반드시 락인전략 때문은 아니겠지만 성장 이면에는 이용자 불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NHN도 같은 방법으로 응수했다.
 
NHN은 툴바와 네이버백신 등을 통해 시작페이지를 정기적으로 권유하는 ‘네이버 에이전트’를 배포 중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1000만대 이상 이용자 PC에 설치됐다.
 
다음 역시 다음클리너 등을 통해 ‘다음 스테이션’라는 프로그램을 배포, 시작페이지 변경을 권유하고 있다.
 
이처럼 포털업체들이 시작페이지에 목매는 것은 시장점유율 및 수익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시작페이지란 말 그대로 이용자와의 최접점으로서 그 수치에 따라 온라인광고 매출 기반이 되는 클릭수(페이지뷰), 검색어 입력횟수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포털시장이 오랜 기간 고착된 가운데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시작페이지 변경을 통해 점유율 변화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굳이 이같은 방법을 통해 이용률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시작페이지 변경을 강요하는 메시지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이용자는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면서까지 이용자 유치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보다는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에 공을 들이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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