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변호사가 경제검찰 총수?..청문회, 바늘구멍(?) 통과하기
입력 : 2013-03-15 17:41:27 수정 : 2013-03-15 17:43:41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로 낙점된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한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로펌 변호사 출신에다 재벌기업을 변호하던 경력 등이 문제시 되고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한만수 후보자는 지난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김&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해 법무법인 율촌 등을 거쳐 2007년까지 변호사로 활동했다.
 
◇ 재벌 변호하던 대형로펌 출신..발목 잡아
 
그러나 20년이 넘는 변호사 생활의 대부분이 대형로펌에서 재벌기업의 소송을 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1년 삼성의 편법 승계과정에서 제기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 당시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변호했다.
 
1998년에는 현대그룹의 계열회사 지원 관련 이의신청 건의 법률대리인(율촌 소속)으로 선임됐고, 삼성물산, 삼성증권, 하나은행 등 재벌과 대기업을 변호하며 승승장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15일 성명에서 "한 교수의 삶은 경제민주화 흐름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며 "재벌과 대기업을 변호한 인물을 공정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역시 14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행위를 단속할 공정위 수장에 대기업을 변호한 대형로펌 출신을 지명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세법 전문가가 경쟁법을 다룬다니..생뚱맞은 인사
 
조세법을 전공한 한 교수의 이력 역시 걸림돌이 됐다. 공정위는 흔히 반독점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경쟁법을 다루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조세법 전문가로서 줄곧 국세청장 후보자로 꼽혀왔다.
 
한 교수의 공정위원장 내정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도 뜻밖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한 교수 내정은) 우리도 방송을 보고서야 알았다"며 "줄곧 국세청장 후보로 꼽히던 분이라 황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과거 정부에서 학자출신으로 공정위원장을 지낸 권오승 서울대 교수나 강철규 우석대 총장 등은 모두 경쟁법을 공부한 경력이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한 교수 내정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추진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조세분야 전문가인데 공정위원장이 되는 것은 한복 저고리에 양장 치마를 입힌 꼴"이라며 경력을 문제 삼았다.
 
◇ 새 정부 인맥 '국가미래연구원'..이번에도
 
한만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후보 당시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또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정부개혁추진단으로 활동하며 박 대통령의 정책에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다.
 
특히 새 정부에서 미래연구원 출신들이 대거 청와대로 입성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임명된 최문기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를 비롯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등 총 17개 부처 장관 중 5명이 미래연구원 출신이다.
 
여기에 한 교수까지 추가돼 박근혜 식 코드인사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보은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 때 한 교수가 고생했으니 한 자리 챙겨줘야 했을 것"이라며 "중량감 측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국세청이 아니라 공정위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난색
 
한 교수가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세법학회의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에 경제관료들이 임명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조세법 전문가라서 공정위원장이 될 수 없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그간의 여론을 반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한 교수의 공정위원장 내정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오늘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한만수 교수에 대한 반대 입장이 쏟아졌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재벌 대변인에게 경제민주화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문병호 의원 역시 "공정거래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낮으면서 다수의 대기업 소송을 맡아온 만큼 한만수 인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 대한 우려는 새누리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교수는 기업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대변했던 입장"이라며 "과연 공정위원장으로서 대기업에 따가운 채찍을 가할 수 있는 활동이나 신념은 분명히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장은 별도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았지만 이번부터는 청문회가 새로 도입됐다. 경력과 자질 논란에 휩싸인 한 교수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지에 따라 앞으로 공정위의 위상과 진로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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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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