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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1년)④수출기업에 `원산지 사후검증` 주의보
2013-03-14 16:15:00 2013-03-14 16:15: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행 1주년을 맞아 원산지 사후검증 시스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자칫 손을 놨다간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오는 15일에 FTA무역종합지원센터가 지식경제부와 관세청 후원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미FTA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전략 세미나'를 연다. 한미 FTA 체결 이후 그간의 성과와 과제를 살피고 원산지 사후검증 시스템에 대한 대응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FTA 원산지 관리 시스템 구성도>
 
<자료: FTA 무역종합지원센터>
 
원산지 사후검증은 FTA 체결국 세관에서 수입품의 원산지를 다시 검증하는 작업이다. 미국 세관당국이 우리 수출기업의 제품에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하면 기업들은 30일 이내 증명자료를 미국 수입업자나 세관에 제공해야 한다. 
 
◇원산지 사후검증 매년 증가세 ..우리 기업 수출길 막힐 수도
 
최근 정부와 업계가 원산지 사후검증 시스템 대비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이 해가 갈수록 원산지 허위기재 등 FTA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에 미국이 FTA 체결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대상으로 원산지 사후검증을 벌인 건수는 12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200% 이상 증가한 수치로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FTA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FTA 활용률은 66.1%로 집계됐다. 따라서 복잡한 원산지 관리 시스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세관에서는 한국타이어(161390)를 비롯한 국내 20여개 업체의 제품을 대상으로 FTA 원산지 사후검증을 실시했다. 조사를 받은 업종은 타이어를 비롯해 섬유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들이었으며, 일부 제품들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FTA 관세혜택이 철회됐다.
 
원산지 사후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수출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당장 관세혜택이 취소된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추가적으로 우리 수출품을 수입한 미국 업체는 미국 세관당국에 수천만원이 넘는 추징금까지 물어야 한다. 정도가 심할 경우 우리 수출품의 미국 통관 자체가 금지당하고 우리나라는 '원산지 세탁 고위험국가'로 지정될 우려도 있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FTA지원센터 관계자는 "원산지 사후검증은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그러나 검증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 추후 수출에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사후 검증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지원 부족..당국 컨설팅 지원 절실
 
그러나 수출기업들을 지원하는 정부와 업계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수출기업이 원산지 사후검증을 받을 때 챙겨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 행정적 낭비가 심하다는 것이다. 수출기업은 제품이 한국산임을 증명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료는 각종 재료 목록부터, 원가 자료와 원산지 증빙 등 서류만 200~300쪽이 넘는다. 추가적인 검증 자료를 요청받을 경우 준비할 자료는 더 늘어난다.
 
대구에서 의류 수출업에 종사하는 남모(63세)씨는 "원산지 증명 서류만 200쪽이 넘어 서류 작업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에게 수출만 장려해 놓고 수출당국이 원산지 사후검증 대비와 관련해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출기업들이 정확하고 손쉽게 원산지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사후에 원산지 인증이 변함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당국에서 모니터링 및 컨설팅을 해주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또 "우리나라 세관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원산지 검증에 대한 준비 매뉴얼은 아직 제대로 배포되거나 교육된 것이 없다"며 "기업들의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인 매뉴얼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미 FTA 체결 1주년을 맞아 수출기업에 대한 정부이 정책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과 관계자는 "수출기업은 원산지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수출품의 신인도를 높여야 한다"며 "수출당국 차원에서도 원산지 검증에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준비할 자료와 검증에 대응할 가이드라인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성 FTA무역종합지원센터 단장도 "지난 1년은 한미 FTA 활용 확산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사후검증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라며 "정부와 유관 기관과의 상호협조를 통해 사후검증에 대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달리 농림어업의 경우 원산지 사후검증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판매확대는 물론 농가소득에 직접적인 피해가 생긴다"며 "수입국 관세당국에 대한 정보제공과 유통구조 개선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FTA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원산지 사후검증이 급증할 예상"이라며 "FTA사후검증 프로세스와 매뉴얼를 마련하는 등의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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