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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1년)③ISD·원산지 인정 등 `~ing 쟁점` 수두룩
공공영역 민영화, 감당 못할 파장 우려..盧·MB 설거지 맡은 朴의 선택 주목
2013-03-14 16:15:00 2013-03-14 16:15: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에콰도르를 파산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가 최근 `ISD`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를 주장하며 일갈한 내용이다.
 
코레아 대통령이 문제 삼고 있는 ISD(Investor-State Dispute) 즉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외국계 투자자가 투자대상국을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외국계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는 판결이 나오면 투자대상국이 현금으로 이를 배상해야 하는데, 국제민간기구가 미국 등 힘이 센 나라의 다국적기업에 유리한 판결을 낼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더불어 `배상의무` 자체가 한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에콰도르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가 지난해 10월 미국 석유회사 `옥시덴탈`에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24억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협정 재검토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에콰도르의 상황은 당장 한국에 닥친 문제와 다르지 않다. 에콰도르 사례는 먼 이야기 같지만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역시 지난해 5월 ISD를 근거로 한국정부를 제소하겠다고 밝혀 국내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그 해 10월 한전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요금 정책을 ISD에 따라 다룰 수 있는지 로펌에 의뢰해 충격을 준 일도 있는데 이는 한전의 외국인 주주들과 무관치 않은 사건이었다.
 
ISD에 따른 무차별적 제소가 한전 같은 공적 기업도 가리도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한미 FTA는 논란 끝에 타결·비준을 거쳐 이미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양국간 쟁점은 이처럼 아직도 진행형이다.
 
◇보수진영도 문제 삼는 ISD..정부는 앵무새처럼 `재협의` 반복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ISD` 이슈다. 이는 한미FTA를 찬성한 보수진영에서도 개선과 보완을 주문하고 있을 만큼 예상되는 폐해가 명백하다.
 
이명박정부도 이를 알고 지난해 6월 민관 합동의 TF를 만들어 ISD 보완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보고서 채택이 미뤄지는 등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한 채 숙제는 박근혜정부로 넘어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7일 인사청문 과정에서 "ISD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기도 했으나 협정문을 고치는 수준의 개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윤 장관이 당시 "재협상이 아닌 '재협의'를 통해서 개선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미리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재논의하겠지만 국가간 신뢰 문제를 고려해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고 '모호한 화법'으로 ISD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ISD를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면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문제가 동시에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녹록치 않다.
 
현재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되지 않고 있는데 미국정부가 ISD 개정에 대한 반대급부로 미국산 쇠고기의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국정부가 론스타 사건, 한전 사건과 유사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ISD 조항을 폐기하거나 개정해야 하지만 그 경우 광우병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와 주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ISD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원산지 인정` 등 쟁점은 첩첩산중..무효화 안되면?
 
역외 가공지역의 `원산지 인정` 이슈도 한미FTA의 진행형 쟁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산지 증명을 받아야 관세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쪽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한국과 미국정부는 협정 발효 1년 안에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지만,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해선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조건으로 붙어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더욱이 북한이 최근 3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해결 방안을 찾기가 좀더 요원해졌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수년 뒤 가시화 될 공공영역의 민영화 문제다.
 
정부가 밝힌 한미FTA의 ‘미래유보’ 조항은 신문방송, 운송, 환경, 에너지, 보건의료 등 각종 사회서비스와 외국인투자·민영화 분야 등 44가지에 이른다.
 
당장은 미국에 개방되지 않도록 묶어놨지만 미국정부의 압력에 얼마든지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 경우 한국정부의 협상력이 관건이 되겠지만 힘이 센 나라를 상대로 벌이는 게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잘못하면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된다는 우려가 눈앞의 현실로 닥칠 수 있다.
 
노무현정부가 추진하고 이명박정부가 타결한 협정의 `설거지`는 결국 박근혜정부 몫으로 던져졌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13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한미FTA 발효 1년 평가` 토론회에서 "미국식 FTA, TPP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홍콩, 마카오와 맺은 FTA와 같이 상대 국가의 시장 공략 보다 각국 국민의 이익이 되는 협력 프로그램 위주로 틀을 짜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프 제공: 남희섭 '오픈넷' 상임이사. 남 이사는 NAFTA 체결 뒤 캐나다 사례를 보면 ISD 대상은 공공정책도 비껴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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