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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블로그)'맹모삼천지교' 기대는 실망으로
2013-02-20 18:22:00 2013-02-20 18:24:22
[뉴스토마토 조정훈기자] 맹자의 어머니가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묘지 근처에 살다가 다음에는 시전(市廛)이 가까운 곳으로, 또 다시 서당(書堂) 주변으로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는 요즘 부모들에게도 여전한 바이블입니다.
 
자녀 교육을 위한 부모의 집념이 눈물겨운 것은 기원전 1세기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대판 '맹모'들의 진면목을 알려주는 사례를 소개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집과 학교, 학원이 1km 내에 있어야 명문대에 합격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더군요. 학교다니는 자식이 없는 입장에서 100% 공감할 수는 없지만 주변의 학부모들은 거의가 공감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분은 조만간 강남에 있는 학군으로 무리하게 이사를 가려 한답니다.
 
초등학교 2학년된 아들이 있는데 지금부터 외고, 과학고 입학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나 뭐라나 암튼 참으로 지극 정성입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정재계 쪽에서 유명한 연예인 출신 사모님들이 허위 국적으로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부정입학시킨 정황이 포착돼 검찰조사를 받는다는군요.
 
지극 정성을 넘어 극성을 부리다 말썽을 일으킨 격이 됐으니 결국 자식교육 지나치게(?) 시키려다 낭패를 보게 됐습니다.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제부터는 화제를 돌려 세종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비록 1년이 채 안된 도시지만 세종시에서도 `맹모삼천지교`는 유효합니다.
 
세종시내 학교는 모두 첨단 미래형 교육시설인 스마트스쿨로 만들어진다는 말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습니다. 
 
개교예정인 고등학교 중에는 세종시 교육의 핵심인 국제고(2013년 3월)와 과학고(2014년)가 예정돼 있습니다. 과거 분당 등 신도시의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이 옮겨 오면서 새로운 명문학군이 탄생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세종시도 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해 생활수준이 높은 공무원이나 행정업무 관련 종사자들이 대거 이동해 오면서 충청지역의 새로운 교육특구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
 
맹모들은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믿고 세종시를 선택한 맹모들은 지금 분노에 차 있습니다. 
 
스마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곳 초등학교에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불편과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학급당 정원을 30명까지 늘리면서 교실은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국공립 유치원 시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관할 교육청이 수요의 80%를 공립유치원에서 교육받게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정원을 넘어섰습니다.
 
적잖은 학부모들은 "참기만 하라고 하면 우리는 갈 데가 없는 거다. 믿고 왔고, 다른 데보다 솔직히 부담스럽게 온 도시"라며 예상과 다른 열악한 교육환경에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문을 여는 세종권내 신설학교의 학급수도 기존 24학급에서 48학급으로 조정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OECD(25명)수준으로 맞추기로 했지만 이미 24학급 규모로 설계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학급수 조정에 따른 최소 부지면적 확보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른 운동장·급식실·특별교실 부족 등 학교시설 부족현상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첨단 교육환경 구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만약 학급수를 48학급으로 조정하는 설계변경이 이뤄진다 해도 도시계획상 한정된 학교 용지로 최소 면적 확보가 불가능해져 교육환경은 열악함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교사·체육장·녹지·특별교실 부족 현상은 학생교육·복지에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고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600명이하 학교는 최소 초 3000㎡, 중 4200㎡, 고 4800㎡의 운동장을 갖추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정원이 601명 이상, 1801명 이상인 경우 학생정원에 따라 이보다 큰 규모 수준의 최소 면적기준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신설학교의 경우 추가 용지 확보가 불가능한데다 이미 24학급 기준 교사면적으로 설계가 마무리된 상태이어서 운동장 등 최소면적 기준초과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실제 내년 3월 1-2생활권에 들어서는 고정·당암초(48학급·1152명)의 경우 각각 최소 2476㎡, 2453㎡의 면적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학생 수업 활동의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관할 교육청의 자체 판단이기도 합니다.
 
당초 24학급 규모로 설계된 고정초는 현재 1만여㎡ 면적을 확보하고, 이미 설계를 마무리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학교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교사면적 5280㎡, 체육장 4800㎡, 녹지면적 2074㎡ 등 1만6300㎡의 부지면적을 확보해야한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 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주를 해야 했던 관계 공무원들이나 멀리는 서울 등 타 지방에서 가깝게는 인근 도시에서 계획 이주를 실시한 일반 부모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울상입니다.
 
평소 안면이 있는 정부부처 한 공무원은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자녀들의 교육 문제 때문에 이주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교육환경이 에상보다 더 열악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자녀 교육하기 좋은 천국'이라는 믿음 하나로 교통, 병원·편의시설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악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주를 결심했는데 사실과 다르니 그럴 만도 하겠지요.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그동안 하고 싶은 말 어디 맘 편하게 할 수 나 있었겠습니까. 끝내 가족을 설득해 이주에 성공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자식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부모된 자로서 도저히 납득을 못하겠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교통, 병원·편의시설 등 주거환경 개선에 보다 주력해 공무원들이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하니 조금만 더 참는 것 외는 밥법이 없는 것이 이들 맹모, 맹부들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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