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식시장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조금씩 작용하고 있다. 그래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증시 비관론자로 유명하며 ‘닥터 둠’이라고 별명이 붙은 ‘마크 파버’ 씨가 며칠 전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세계 증시 전망은 그야말로 ‘둠(Doom;무덤)’이다. 한마디로 1930년대의 경제 대공황의 재림을 예언하고 있다. 항간에 인터넷상으로 떠돌고 있는 비관론들이 이 사람의 주장을 번역한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대공황의 재림’이 되고 말 것이라는 저주가 넌센스인 이유를 5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대공황 때는 첫째, 초기 정책 대응이 금융확대가 아닌 긴축금융으로 대응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둘째, 구 정부의 레임덕이 심해서 신정부의 뉴딜정책의 시기가 너무 지연되었다.
셋째, 유럽각국의 국가이기주의로 정책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넷째,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없었다. 지금은 중국이나 아시아 등 신 성장 동력을 갖춘 국가가 보완할 수 있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지금은 대공황 때의 오류를 너무나 많이 분석했고 잘 알고 있어서 똑 같은 오류를 반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비관론자들은 금리인하나 경기부양책이 경기부양의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통화증발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부작용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될 뿐이고 주식시장도 장기적인 베어 마켓이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파버’씨는 경기부양 때문에 풀린 과잉 유동성 효과로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주식시장의 유동성랠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일부 국내 증권사도 조만간 유동성 랠리가 가능하다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나 유동성 랠리를 유발할 유동성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시중 유동성은 단순히 통화가 많이 풀린다고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화폐의 유통속도가 지금처럼 제로에 가까우면 아무리 화폐를 찍어서 공급해도 유동성이 증가하지 않는다.
미국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도 디-레버리지(신용축소)로 은행들이 돈을 흡수해 버리고 개인이나 기업으로 돈이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레버리지(신용확대)효과가 붙어야 유동성(통화량)이 증가한다. 세계증시에서 주가폭락으로 올해 사라진 유동성만 해도 30조 달러나 된다. 경기부양책으로 몇 조 달러를 공급해봐야 마른 호수에 물 몇 바가지 더 붓는 꼴이다.
인플레이션은 유동성이 개인과 기업에 흘러 들어가서 소비가 증가하고 실물경기가 과열상태로 진입할 단계에 가서 발생할 문제이다. 미국의 유동성 공급이 개인 소비로 이어져서 경기회복에 효과를 내려면 빨라야 2009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재의 전망이다.
과잉유동성 공급의 부작용도 그때 가서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걱정은 그때에 가서나 할 일이다. 또한 주식시장 유동성랠리도 그때에 가서나 기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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