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침체겪는 증권업계, 혹한기 대비해야
2013-01-12 12:00:00 2013-01-12 12:00:00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증권사 직원들은 오랫동안 고소득 유망업종 종사자로서 많은 월급쟁이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증권업종의 고임금은 여전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자부심이나 긍지는 예전만 같지 않은 것 같다. 증권업 종사자들의 기운이 빠져 있는 것은 침체를 겪고 있는 업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유례없는 침체기를 보낸 증권업계는 새해 들어서도 살아날 기미가 없다. 지난해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전년대비 30%나 급감하면서 4조원대로 떨어졌다. 연초 2000선을 회복하며 잠시 반등했던 코스피지수는 날마다 뒷걸음치면서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고, 거래대금은 3조~4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같은 증시 침체는 당장에 위탁매매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의 지점 중에서 적자를 내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수익성이 악화된 한 증권사는 영업직원들에게 매일 아침 약정목표를 보고하도록 하는 한편 회전율을 높이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과 지점에 할당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성과급은 커녕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욱 큰 문제는 증권업종의 위상 자체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 직원들이 고임금을 받는 것은 업종의 부침이 심한 것도 이유지만 투입대비 생산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었기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일본에서는 90년 역사의 중소형 증권사인 아카키야증권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회사 문을 닫았다. 일본에서는 아카키아증권의 폐업을 중소형 증권사들의 퇴출 도미노 현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증권사의 폐업은 '불황은 있어도 폐업은 없다'는 국내 증권업계의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한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증권사는 현재 61개에 달하지만 주인은 바뀌어도 회사가 문을 닫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업황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국내에서도 퇴출되는 증권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탁매매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사양사업이기 때문에 위탁매매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업계 스스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가 스스로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지금의 침체기보다 더욱 엄혹한 혹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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