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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경제정책)현 정부 '백지위임'..그림은 朴 당선자가 그린다(종합)
2012-12-27 10:30:00 2012-12-27 17:01:1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수립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백지위임'했다.
 
다음 5년을 이끌 새 대통령이 선출됐고, 조만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곧바로 경제정책에 대한 큰 그림들이 당선자의 구상에 맞춰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불과 임기를 2개월 여 남긴 이명박 정부가 새정부 첫해 경제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2013년 경제정책방향'에는 그 동안 발표됐던 정부의 경제정책 외에 새로운 밑그림이 단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 통상 장관이 직접 나서서 발표했던 연간 경제정책방향은 국장급이 발표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과거 정부 이양기에 정부의 정책방향 수립에 대해 여러번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서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일단 내년 경제정책 기본방향과 기본 과제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이미 발표된 자료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발표한 이른바 '스몰볼' 대책들과 9월에 발표한 세제개편안 및 내년도 예산안, 그리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제시했던 경기회복방안 등이 종합된 '복습'자료인 셈이다.
 
◇예산안도 장담 못하는 정부..정책 그림 '포기'
 
정부가 사실상 내년도 정책 밑그림 작업을 포기한 것은 정부가 현재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에서 당선자가 배출되면서 여야 정권이 뒤바뀌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당선자 역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표를 얻었기 때문에 현 정부로서는 또다른 야당의 집권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런 상황인식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이 아직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도 부합한다.
 
여야가 예산안으로 논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여야 모두 복지예산 증액 등 정부 예산안의 대폭적인 수정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고,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것에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어서 '균형재정'을 강조하며 편성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은 백지상태에서 재검토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새누리당에서는 적자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책을 내 놓는 상황이고,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을 없던 일로 되돌리라고 요구하고 있어 현 정부가 새 정부의 밑그림에 간섭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박근혜) 당선자측에 이번 경제정책방안을 보고했다"면서도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최 국장의 표현처럼 과거 정권이양기의 정책방향 수립에서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정권이 이양되던 2003년 경제정책방향은 2003년 1월8일에 발표되면서 당시 노무현 당선자의 색깔을 최대한 반영하기는 했지만, 인수위를 통해 새롭게 재편됐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8년 1월9일에 수립한 2008년 경제정책방향은 2008년 추진일정까지 구체적으로 담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전면 수정됐다.
 
◇내년 '3% 성장'..솔직해진 경제전망 "내년도 어렵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4%에서 3%로 1%포인트나 하향조정했다.
 
그동안 사실상 선언적인 목표치에 불과하다고 평가된 4% 성장을 고집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국내외 기관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출범이 곧 시작되는 마당에 굳이 무리한 성장전망으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솔직한 전망을 통해 글로벌 위기 상황에 시의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가 부여됐다.
 
최상목 국장은 "새로운 정책방향은 담지 못했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경제주체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판단해 경제여건 전망을 중심으로 담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 9월까지 고수했던 4% 내외에서 2.1%까지 끌어내렸다.
 
내년 성장률은 3%로 전망되지만 상방의 기대보다는 하방의 위험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재정절벽 해결과제, 유로존 위기의 장기화 등 대외여건상의 하방위험이 워낙크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국장은 "지금 겪고 있는 위기는 한 지역이나 특정 분야에 국한된 위기가 아니라 재정, 금융 등 시스템의 위기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위기"라며 "이를 극복하는데 시일이 많이 걸리고, 저성장의 장기화가 예상되며 정치적,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상방위험보다는 하방위험이 점 더 크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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