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마주한 朴, 경제민주화 칼 빼들다
재계, 朴 '경고'에 "적극 협조하겠다" 화답
2012-12-26 16:10:29 2012-12-26 19:09:43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대기업 집단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 첫 칼을 뽑아들었다. 경제위기 속에 유연해진 개혁을 기대했던 재계로서는 첫 만남부터 '경고'를 마주한 셈이다.
 
박 당선자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우리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대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뒷받침, 국가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의 경영목표가 단지 회사의 이윤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26일 여의도 KT빌딩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회장단 17명이 참석했다.(사진=전경련)
 
박 당선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서 소상공인들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서민들이 하고 있는 업종까지 재벌 2, 3세들이 뛰어들거나 땅이나 부동산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지역상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수십년이 걸렸는데 어렵게 만든 상권을 대기업이 뺏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부탁하며 모두발언을 마쳤다.
 
이에 회장단은 "새 정부와 협력해 일자리 창출과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사회적 환원 활동 등을 활발하게 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여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당선인 초청 경제인 간담회에서 허창수 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전경련)
 
이어진 경제정책 제안 자리에서 회장단은 박 당선자에게 눈앞에 닥친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유통법 개정안과 금융지원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첨예하게 맞물리는 이해 관철을 위한 회장단의 조심스럽고도 일관된 접근이었다.
 
회장단은 "골목상권 관련 대형마트 월 1회 강제 휴업은 농어민과 중소업체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생의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박 당선자는 "유통산업법 개정으로 인해 대형마트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협회가 일부 양보해서 만들어진 유통산업법 개정안을 빠르면 오는 28일 국회에서 통과할 것"이라고 답했다.
 
회장단은 또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사회적 기업 사업에 박차를 가해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투자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박 당선자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서로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며 적극 호응했다.
 
마지막으로 회장단이 "경제민주화가 시대 흐름인 것은 맞다"며 "다만 순환출자가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는 만큼 박 당선인의 대표적 경제민주화 공약인 순환출자 제도의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박 당선자는 즉답을 피하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기존이 아닌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만 규제 입장을 갖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회장단은 특히 박 당선자의 대선 공약과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몰입하는 인상이었다. 박 당선자 또한 성장과 해외진출이 어려운 기업들을 적극 돕겠다고 약속하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이날 박 당선자는 전경련 방문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잇달아 만났다. 박 당선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만난 자리에서 "중산층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그게 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기업이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하거나 중소기업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철저하게 근절하겠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전하고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회의 사다리'를 연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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