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쓰나미)한화, 금산분리·경영공백 '양대 지뢰'
(특별기획)⑦장기 경영공백 우려..제2의 도약 기로에서 맞이한 암초
2012-11-02 14:00:00 2012-11-02 20:23:52
[뉴스토마토 양지윤·염현석 기자] 재계 서열 10위로 도약한 한화그룹이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돌풍을 만나면서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한화를 가장 고민케 하는 대목은 바로 총수의 공백이다.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김승연 회장은 지난 8월 법정 구속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재계에서는 '경제민주화 희생 1호'라는 공공연한 말까지 나돌았다.
 
정치권과 여론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면서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거두도록 사법부를 압박한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다.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사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들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재벌총수 단죄' 분위기..장기 경영공백 우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공언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한화그룹은 장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제출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은 재벌 총수에 대한 면죄부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일 때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 재판에서 형기를 최저 형량 절반으로 감경해도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행법의 경우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일 때 5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지만 재판부에서 최저형량의 2분의 1까지 직권으로 감경할 수 있어 사실상 집행유예로 처벌이 크게 완화된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서울서부지법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중 횡령은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배임의 족쇄는 벗을 수 없었다.
 
현행법 체계에선 김 회장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 받더라도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이 적용될 경우 배임 금액이 51억원에 달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하고, 최저형량으로 감경한다 해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민주통합당의 사면법 개정안까지 적용될 경우 장기간에 걸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특경가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고 3분의 2 이상 형기를 채우지 않았을 때, 그리고 집행유예 기간 중 사면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한화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장기과제, 후계구도 '불투명'
 
경제민주화 법안에 따른 총수 리스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배임·횡령 시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방안을 '경제민주화 4호 법안'으로 공언하고 있어 자칫 김 회장은 그룹에 대한 지배력 자체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이 법안은 대주주 자격 요건에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 총수가 횡령·배임을 저지르면 금융 계열사 지분을 강제 매각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법안은 증권·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 1~2년마다 주기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다.
 
김 회장의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 결단을 동력으로 급격하게 성장을 이뤄온 한화의 입장에선 재벌 총수에 대해 다각도로 전개되는 정치권의 압박이 무엇보다 부담이다. 특히 그간의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는 간과한 채 여론만을 의식해 처벌만을 위한 처벌로 규제가 편향성을 보이는 데 대해 내심 불만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후계구도에 대해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물론 한화는 김 회장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후계구도가 일찌감치 거론되는 것에 대해 지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장기적 과제임은 분명하며 서서히 경영수업 등 초석 다지기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김 회장은 지분 보유량이 많아 비교적 안정되게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들에게 회사를 승계해야 하는 과도기 단계에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도입 추진과 한화S&C 주식의 저가 매각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인해 후계구도 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산분리 강화 시, 한화건설 손해 발생
 
금산분리 강화 역시 한화그룹이 민감하게 보고 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 4호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 집단이 비은행금융지주를 설립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화로서는 지주사 체제 전환 없는 비은행금융지주사 설립, 지주사 체제 전환과 동시에 비은행금융지주사 설립 등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최종안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던 한화는 두 시나리오 모두 선택이 가능하다.
 
우선 지주사 체제 전환 없이 비은행금융지주회사만을 설립할 경우, 한화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두 개의 상장회사로 인적 분할하면 된다. 이 경우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 21.67%는 비은행금융지주사의 지분으로 전환된다.
 
아울러 비은행금융지주사가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면 금융과 제조부문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다.
 
문제는 지분 매각 시점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0년 상장한 뒤 주가가 9000원을 웃돌았으나 이달 1일 현재 주가는 7600원대에 머물렀다. 당시와 비교하면 주당 1000원이 넘게 하락해 비은행금융지주사는 지분 매입의 최적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그만큼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딜레마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주사 체제 전환과 비은행금융중간지주사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화생명 인적 분할을 통해 투자와 사업 부문을 각각 21.67%로 나누고, 이 가운데 김 회장이 투자 부문의 지분을 매입하면 된다. 한화생명의 투자 부문 지분 매입 비용은 1조3861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비은행금융중간지주사 설립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여기에 한화건설이 보유한 한화생명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 완전한 금산분리가 가능해진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화의 경우 금산분리로 인한 비용 소모가 삼성이나 현대차와 비교해 크지 않다"며 "오히려 금산분리는 한화 주가가 재평가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권의 공세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는 지주사 체제 전환과 동시에 중간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금산분리를 유력 시나리오로 검토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순환출자 '해소'..관건은 지주사법 강화 
 
한화는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 지분을 22.65%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사인 한화를 정점으로 한화건설(100%), 한화테크엠(100%), 한화호텔앤드리조트(50.62%), 한화솔라에너지(41%), 한화이글스(40%), 한화케미칼(37.86%), 한화생명(21.67%) 이글스에너지(10%) 등의 자회사를 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한화-기타계열사-한화손해보험-한화로 이어진 환상형 순환출자 연결 지분 고리는 총 24개로, 한화손해보험이 보유한 한화의 지분 0.19%만 해소하면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는 지극히 단순한 구조였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9월20일 문제의 주식을 처분하며 한화케미칼 주식 0.1%(13만4000주)만 남겨둔 상황이다. 남은 지분은 2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25억6600만원 정도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부담이 훨씬 덜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지주사에 대한 규제 강화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보유 지분을 상장사의 경우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늘려야 한다.
 
이 안대로 하면 한화는 자회사인 한화생명의 지분을 9% 추가 매입해야 한다. 한화는 1일 종가 기준으로 한화생명 9% 매입금액에 약 5900억원의 비용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삼성 등 다른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제민주화 위헌 소지"..한화 '부글부글'
 
한화 측에선 여타 지배구조 개선책보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총수 리스크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극도로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김 회장이 저지른 업무상 배임 혐의는 경영상 판단에 따른 부실 방지 차원이었음을 강조하며, 법원의 판결이 너무 엄격한 잣대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항변한다.
 
특히 경제민주화 법안4호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도 드러냈다. 그룹 관계자는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박탈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대주주라는 이유 때문에 강제로 지분 매각을 명령하는 것은 사회적 보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도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현행법으로 충분한 상황에서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재벌 때리기에 나서는 것에 불과해 기업경영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과 이라크 재건을 필두로 하는 제2의 중동 붐이 무리한 경제민주화에 꺾여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화는 최근 독일의 큐셀을 전격 인수하는 등 역발상으로 재계를 놀라게 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김 회장의 확고한 인식이 바탕됐기에 가능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또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 역시 그간 김 회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모두 김 회장의 '결단'에 따라 순항 중이기에 그의 공백은 너무나도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제2의 도약을 노리는 한화로서는 뼈아픈 대목인 셈이다. <끝>
 
◇자료: 뉴스토마토, 한화 반기보고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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