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대공황의 폭탄을 맞은 투자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반토막이 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나 고통스런 손절매의 결단을 하고 투자원금의 절반도 안되는 현금을 보유하게된 투자자들이나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지금 미국 의회에서는 투자은행의 전직CEO들과, ‘그린스펀’ 전FRB의장과, 세계3대 신용평가사의 CEO들의 전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번 버블붕괴의 주범으로, 지난 20년간의 세계증시 버블이 이들의 3위일체 사기극이었다고 지탄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지금 아무리 추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매도타이밍을 제시해주지 못한 증시전문가들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매도타이밍을 사전에 알 수 있을까? 매도타이밍은 사후적으로 확인될 뿐이다. 주식의 천재인 ‘버핏’도 매도타이밍을 모르기 때문에 영원히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고수한다. 매도타이밍이란 투자자나 증시전문가의 직관의 영역이고 그들의 벳팅일 뿐이다. 투자자가 어떤 의견에 따르는가도 투자자의 벳팅이다. 지금 투자자들은 대부분 최악의 상황에 벳팅하고 있다. “1929년의 대공황처럼 세계경제가 파탄이 난다”는 쪽에 벳팅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분노해야 할 대상은 움직임이 너무 느린 현직 금융시스템의 주체들이다. 이들은 무너진 둑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못 주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은 많이 있으나 시스템에 작동이 안 된다. 정책금리를 내려도 시장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 시중은행은 자금조달 비용(정책금리)이 떨어져도 대출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위기 해법이 제대로 먹혀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대로 가면 대출금리 때문에 가계와 기업이 파산하고 이것은 은행의 파산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경우이다. 현직 정책수행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너무 비관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관론자들의 저주일 수도 있다.
분노한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폭락장을 사전에 경고했던 대표적인 ‘구루’들도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로저스’는 미국주식을 팔고 ‘상품(원자재)’를 사라고 주장했지만 상품가격도 주식가격 이상으로 하락했다. 약세장 예언가로 유명한 ‘마크.파버’도 미국주식을 팔고 중국주식을 사라고 일찍부터 주장했지만 중국주가는 미국주가보다 더 폭락했다. 주식가격만 떨어진 것이 아니고 부동산 가격도 똑같이 떨어지고 원자재 가격도 떨어졌다. 전세계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거의 비슷하게 떨어졌으니 내가 가진 자산의 구매력은 그대로인 셈이다. 현금을 미리 확보했더라면 좋았지 않을까?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전세계가 금리를 인하해야 하고 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면 예금이자도 반으로 줄어드니 예금가치 역시 마찬가지로 하락할 것이다. 그러니 미리 현금화하지 못한 것을 너무 원통해하지 말일이다. 1982년 2차 오일 쇼크로 고점에서 50%폭락한 주가로 미국시민은 절망의 밑바닥에 빠져 있었고, 당시 ‘뉴스위크’지는 ‘주식의 죽음’이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그때 800포인트였던 다우지수는 현재 또다시 고점 대비 50%가까이 폭락했지만 그때의 10배 수준인 8000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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