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려운데 추경도 정치놀음에 놀아나나
여야 뒤바뀐 추경논쟁..정부도 '움찔'
2012-08-31 16:06:05 2012-08-31 16:07:0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두고 여야 정치권이 불과 몇달 사이 뒤바뀐 입장을 나타내면서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추경편성도 정치놀음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선이라는 거대 정치이슈를 목전에 둔 정치권이 셈법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자 정책결정에서 정치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정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지난 30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부진과 물가상승 등으로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법적인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추경편성에 부정적이던 새누리당이 긍정적인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발생,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변화,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대량지출방생 등의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가계부채와 수출부진 등 실물경제 위기의 심화와 최근 태풍피해 등을 근거로 입장번복을 정당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태풍피해, 보육문제와 관련해서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급하게 도와줘야 할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당의 입장변화에 야당도 얼굴을 바꿨다.
 
지난해말부터 줄곧 추경편성을 요구해 온 민주통합당은 돌연 최근 들어서 추경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금 추경편성을 논의할 경우 대선 직전인 11월에야 예산이 집행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쪽에서 돈이 풀리면 돈을 푼 쪽으로 여론이 기울 것이라는 논리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계속 추경을 주장했는데, 새누리당은 듣지도 않다가 최근에서야 논의를 시작했다. 새누리당 추경은 '선거용'"이라며 "필요한 돈이 있으면 그냥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고 밝혔다.
 
◇ 2% 성장 가능성에 '추경' 탄력받지만...
 
여야의 입장변화와 관계 없이 분위기는 추경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유럽재정위기의 장기화 등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과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들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회복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6월말 정부는 하반기 8조5000억원대의 경기부양책을 감안하면 3.3%의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대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2%대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달 중순 한국경제연구원은 석달만에 0.6%포인트 하향조정한 2.6%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전망을 수정했고, 30일에는 현대경제연구원이 두달만에 0.7%포인트나 낮은 2.8%로 성장전망 눈높이를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조만간 2%대로 성장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번 주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사상최고치인 더블에이등급으로 상향조정한 무디스 역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역시 추가적인 재정확대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대로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추경편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30일 "9월초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거쳐 이미 밝힌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자계획 외에 추가로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추가대책이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추경수준까지 가기에는 여러가지 여건이 좋지 않다. 추경편성은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신용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대선정국에서 대규모 재정정책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야당이 아닌 여당에서 추경압박이 들어오는 것은 당혹스럽다"면서 "정부는 최대한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재정투자 확대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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