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법률시장⑥)'혼돈의 시대'.."인력은 많고 갈곳은 없다"
변호사 2500명 배출에 로펌 채용은 예년수준
2012-07-26 16:47:56 2012-07-26 16:48:4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로스쿨 졸업생 배출, 해외 로펌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 되면서 국내 변호사업계가 유래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변호사는 매년 1000명 이상 쏟아져 나오는데, 경제위기로 법률시장은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한정된 국내시장에 변호사들이 넘치게 되면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6월말 현재 한국 변호사 수는 1만1725명. 국내 법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호사 스스로가 악착같이 생존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엔 정부 기관이 5급 채용 관행을 깨고 6급 채용 계획을 잇따라 밝혀 변호사들의 체면을 구기는 한편, 은행도 신입 변호사들을 과장급이 아닌 일반 행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법관으로 바로 임용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변호사들의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다.
  
검찰은 올해 신규 검사 임용에서 연수원생 64명, 로스쿨생 42명을 선발했다. 전체 임용자 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연수원생과 로스쿨생이 자리를 나눠가져 경쟁률은 더욱 높아졌다.
 
신임법관도 지난해와 비슷한 87명을 채용했지만 내년부터는 연수원 수료자를 곧바로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가 폐지돼 취업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자격증 프리패스'는 옛말..'스펙 쌓기' 열중  
 
사법연수원 졸업생과 로스쿨 1기 졸업생이 맞물려 2500여명에 이르는 사상 최다 법조인들이 배출되지만 법률시장 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은 현실이 가장 큰 문제다.
 
25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펌들의 올해 신입 변호사 선발 인원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법무법인 세종과 율촌, 태평양의 경우 21명, 광장은 29명, 지평지성은 12명을 뽑아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경우 총 46명으로 예년보다 조금 많이 뽑았다.
 
적지 않은 사법연수생들이 기업 사내변호사로 눈을 돌려보지만 녹록치 않다. 변호사증만 있으면 대기업 과장급으로 취직된다는 인식은 없어진 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어나 다른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쌓기'를 위해 다시 고시생 시절 때처럼 새벽차를 타고 다니는 연수생들도 없지 않다는 게 사법연수생들의 말이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현실은 냉혹하다. 박봉에 주말까지 나와 일하는 경우는 다반사고 휴가도 눈치를 봐야 한다.
 
◇대형로펌 초임 800만원..개인사무소 고용 초임은 300만원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사법연수생 초임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 100명 이상의 대형로펌의 월급은 세후 800만원선이다. 중형로펌도 세후 500만~700만원까지 준다. 그러나 개인 법률사무소 고용변호사는 300만원 선이다. 면접을 보러 다니는 초임 변호사들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은 부르는 게 값"이라며 "면접 때 보수를 물어보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중형로펌에 취업한 변호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퇴사당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41기인 김모 변호사는 동기인 A변호사의 안타까운 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A변호사는 규모가 꽤 큰 서울지역 모 로펌에 취업했지만 5개월이 채 되기 전에 해고됐다. 대표 변호사가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이렇다 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술자리에서 "아무리 구색 맞추기라지만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런 일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중견급인 Y법무법인의 경우 '초임 변호사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초임 변호사들의 해고가 잦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개인 법률사무소의 고용변호사로 출발해 지금은 후배 변호사 두명을 채용해 같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36기 이모 변호사는 "한 마디로 사람 귀한지 모른다. 차고 넘치는 게 변호사니 그런 것 아니냐"며 "나도 겪었기 때문에 그런 후배들에게 무조건 참고 버티란 말이 쉽지가 않다"고 털어놨다.
 
◇로스쿨 출신들, '취업은 커녕 실무수습 걱정'
 
올해 처음으로 배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사정은 더욱 안 좋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에 등록된 법률사무 종사기관에서 6개월의 연수를 마쳐야만 로펌에 변호사로 정식으로 취업하거나 단독으로 개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연수받을 곳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에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일단 써보기만 해달라'는 지원자를 만난 적 있는데, 6개월 후에 나가라고 하기가 미안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지원자가 연수까지 못 받으면 취직도 안 되고 변호사 일도 못한다며 부탁했지만 사무실 운영 면에서 부담이 되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호사 보다는 다른 직역으로 눈을 돌리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변협에서는 최근 취업 자리나 의무연수 기관을 찾지 못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무수습 연수를 시작했으나, 현재는 200여명만 남아있다. 앞서 지원자 수도 변협은 600여명을 예상했으나 420명에 그쳤다.
 
1500여명의 졸업생 중 법원과 검찰, 로펌 등에서 가능한 수용인원이 500여명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이들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린 셈이다.
 
지방대의 로스쿨 관계자는 "졸업하기 이전부터 공공기관이나 기업 쪽 취업자리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많다"며 "졸업한 이후 3개월 넘게 취업이 안 되면 포기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3학년에 재학 중인 정모(33)씨는 "로펌에 취직하고 싶지만, 힘들 경우를 대비해 기업 쪽도 알아보고 있다"며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 우선 경력을 쌓은 후에 로펌에 이직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준법지원인제'도 기대 이하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태다.
 
변호사 인력의 새로운 고용창출 확충 차원에서 논의가 시작됐던 상장회사의 '준법지원인 제도'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우선 적용 범위가 당초 예상했던 자산 5000억원 이상 287개 상장사에서 1조원 이상인 170개사로 의무 준법지원인 고용폭이 대폭 축소됐다. 그나마 많은 기업들이 변호사 아닌 기존 직원들에게 업무를 겸하게 하는 분위기다.
 
변협 관계자는 "기업경기가 악화된 점을 감안해 우선 2년동안 준법지원인을 시행해보고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며 "추후 적용 범위를 더 넓혀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준법지원인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기업에 문제점은 없는지 등 객관적인 자료를 2년여간 모아 제도의 필요성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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