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생들, 취업보다 힘든 '로펌 인턴' 선발전
2012-06-01 14:24:31 2012-06-01 14:24:59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방의 A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 박모(30)씨는 지난달 중순쯤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고서야 서울지역 주요 로펌의 하계 인턴 지원기간이 끝난 사실을 알게 됐다.
 
5월 중순이 지나도록 A로스쿨 홈페이지에 로펌의 인턴모집 공고가 올라오질 않자 수도권지역의 타대학 홈페이지의 인턴채용란을 열어봤던 박씨는 '정보에서 밀린다'는 절망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인턴모집 공고란을 클릭했던 박씨는 타대학의 학생들에게는 열람권한마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박씨는 "로펌이 수도권 로스쿨에만 인턴 채용공고 공문을 보내 지역 로스쿨을 은근히 차별하고 있는데, 정보 접근 기회마저 공평하게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로스쿨 간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작용하는 현실이 착잡하다"고 하소연했다.
 
1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로스쿨생을 대상으로한 주요 로펌들의 '하계 인턴선발' 과정은 평균 10: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광장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20여명 조금 넘는 인원을 뽑는데 500여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의 인턴선발 과정 역시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화우는 45명 안팎을 선발할 예정인데 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20여명을 선발할 예정인 법무법인 바른은 4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20:1의 경쟁률을 보였다.
 
국내 로펌업계 1위를 달리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올해 하계 인턴 지원자 400여명 중 총 80여명의 선발해 1,2차로 나눠 운영할 계획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감 있어보이는, 적극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를 뽑는다"며 "우리는 팀플레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개인의 친화력도 중요하게 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실무수습은 곧 '취업'..지원자들 '눈치경쟁'
 
로펌들이 '실무수습' 계획을 발표하는 6~7월과 겨울방학을 앞둔 11~12월이 되면 로스쿨에선 학교별로, 또는 학생간에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진다.
 
학교에서 정해준 대로 실무수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에 비해 로펌은 실무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대부분 2~3개의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로펌에 지원서를 제출했는지도 비밀이다.
 
지원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건 로펌의 실무수습이 졸업이후 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 법무법인에서 2주간 실무수습을 했던 김모(로스쿨 3학년·29)씨는 "이미 다른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받고 온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실무수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취업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일부 로펌의 경우 실무수습 모집 공고에 채용계획을 미리 밝히기도 한다.
 
인턴과정이 신입변호사 채용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관문인 만큼 인턴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심도있는 심사과정을 거친다는게 로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장 관계자는 "실무수습 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하자는 취지에서 서류심사 외에도 학생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면접과정을 추가했다"면서 "채용가능성이 낮은데도 인원을 채우기 위해 실무수습 기회를 주는건 서로(로펌과 학생)에게 손해"라고 지적했다.
 
◇선발청탁도 무성..학교가 '직접' 나서기도
 
모 변호사는 언론사, 법조계의 지인에게서 이른바 '인턴 청탁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친구나 클라이언트는 물론이고 법조계 선후배한테서도 아는 학생을 인턴으로 선발해달라는 부탁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방의 부탁전화에 대한 응대는 체면치례"라며 "신입변호사를 뽑는 과정인데 허술하게 뽑을 순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지원자의 실력이 같을 경우엔 부탁받은 학생에게 어느정도 이점으로 작용하겠지만, 경쟁하는 사람 간의 실력차이가 월등할 경우 그런 청탁전화는 일괄 배제한 채 공정하게 심사한다"고 말했다.
 
로스쿨이 스스로 학생의 후견인이 되어 로펌에 인턴채용을 부탁하는 사례도 많다.
 
박씨는 "서울권 로스쿨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학교추천'이라는 형식으로 특정 학교의 학생들만 일부 로펌에 인턴신청을 할 수 있더라"며 "학교가 나서서 취업을 챙겨주면 좋은 일인데, 이와 반대로 지방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 비교된다"고 말했다.
 
◇지방대는 외면..대부분 서울지역 로스쿨로 채워져
 
올해는 법원과 일부 로펌에서 '로클럭(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생 인턴 교육'을 이유로 로스쿨생 인턴을 뽑지 않아 학생들의 인턴 경쟁은 더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 한 로스쿨에 재직 중인 교수는 직접 로펌에 연락을 취해 학생들에게 실무수습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모(로스쿨 2학년·32)씨는 "교수님이 아는 로펌에 실무수습을 보내주겠다고 해서 몇 달을 기다렸는데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확답을 받지 못했다"며 "교수님이 로펌 측에 여러 번 말을 꺼냈는데도 안되는걸 보면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로펌이 채용 방침을 미리 밝힌 이유는 우수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하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어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방대생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방대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스쿨생의 인턴모집을 담당하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인턴을 뽑을 때 지방대 로스쿨생이라고 해서 배제하거나 더 뽑는 경우는 없다"면서 "자기소개서를 통한 개인별 능력과 의지 등을 고려해 좋은 인재를 뽑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서류심사여서 학교 이름을 따지지 않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국내 10대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받은 로스쿨 학생의 70~90%가 서울지역 로스쿨 학생이다. 모 법무법인의 경우 실무수습을 받은 로스쿨 학생의 96%(54명)가 서울지역 재학생이었다. 지방대 로스쿨 학생은 단 2명에 그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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