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말한다!)권오인 "공정거래법 친재벌적..대폭 강화해야"
(특별기획)⑥"경제민주화, 재벌해체 주장 아니다"
2012-07-24 19:25:54 2012-07-24 19:26:57
[뉴스토마토 황민규·이보라기자] “공정거래법이 오히려 재벌 대기업들의 담합, 불공정행위 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가하고 막대한 이득을 챙기도록 조장하는 공정거래법부터 바꿔야 한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부장의 주장이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를 ‘정부 정책 실패와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양극화’로 규정하고, 전 방위적인 시장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공정거래법 상 재벌 대기업에 대한 처벌수위가 지나치게 낮고 이마저도 대기업에 대한 예외조항, 유예조항이 너무 많다”며 “법이 있는데도 재벌 규제에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등의 재벌개혁과 중소기업지원, 공정거래법 강화 등의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 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중소기업, 소비자 등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통해 다같이 잘살 수 있는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경실련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권오인 경제정책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경제민주화에 대한 용어 정의부터 하고 넘어가자. 그리고 배경은.
 
▲폭 넓은 개념이다. 헌법에 나와있듯 시장 안에서 공정한 룰이 작동하는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두되는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민 여론에 불을 지핀 것도 사실 재벌 문제였다. 재벌과 관련한 각종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나온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됐음에도 투자나 고용 등 기업의 책임보다는 계열사 확장, 투자 부진,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를 축적했고 반면 중소기업, 서민들은 재벌들의 자본력에 밀려서 붕괴됐다.
 
결국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민주화 이슈가 불거져 나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현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크다. 
 
▲일단 새누리당은 출자 규제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 있다. 박근혜는 신규 순환출자에 한해서 금지를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만 규제해서는 효과가 없다. 보다 강력하게 전면적인 순환출자 금지와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야당은 이보다 비교적 강력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는 미약하다. 또 공정거래위의 대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시장질서 회복에 대한 개선안은 부족해 보인다.
 
법 제도상 그나마 출자를 규제할 수 있는 출총제가 없어지면서 재벌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여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순환출자가 성행하고 있다. 출총제나 순환출자금지는 실상 제대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적도 없었다. 재벌 총수가 작은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지배함으로써 경영의 불투명성이 커졌다.
 
특히 총수가 마음만 먹으면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를 통해 편법 상속, 증여 모두 가능한 구조가 됐다. 이사회가 총수를 충분히 견제하지 못해서 횡령 배임 등이 계속 불거져 나온다. 그렇다보니 결국 지배구조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재계는 '성장 저해'를 명분으로 "하향 평준화 하자는 것이냐"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방금 얘기한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 부문에 있어서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벌의 불법을 규제하자는 것이지, 성장을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예전에 출총제가 존재할 때도 재벌의 투자가 크게 위축된 일이 없었다. 반대로 현 정부 들어 규제를 대폭 풀어줬지만 투자보다는 골목상권 등 다른 쪽에 눈을 돌렸다. 다시 말해 대기업 성장동력과 큰 상관관계가 없는 셈이다.
 
물론 기업들의 자율적인 경영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다만 불공정행위, 부당한 지배력 남용에 대해 규제하는 건 성장과는 큰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복지체계도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분배가 동전의 양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같이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재벌 규제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논리는 해묵은 이야기다.
 
출자부분에 대해서 규제하자는 것은 최소한의 출자규제도 이뤄지지 않으면 자본능력을 갖춘  재벌들이 사실상 모든 업종에 진출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재벌에만 힘이 쏠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출자 전반에 걸쳐 모든 부분을 규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 출자에 한해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이나 다각화를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다면 다른 한편 중소기업 영역들이 커질 수 있다. 양극화 갭도 줄일 수 있다.
 
-최근 장하준 교수가 ‘재벌과의 대타협’을 내세우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주자본주의의 폐해와 오너경영의 장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재벌을 활용해서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주주자본주의 문제점을 바로 잡자는 것인데,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재벌 해체를 원하는 게 아니다. 불법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벌을 활용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다소 초점이 다르다. 물론 재벌개혁과 재벌활용은 동시에 가야 한다.
 
(오너경영)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다. 최근 재벌들은 전문경영인보다 의사결정을 빨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타 주주들의 의견, 이사들의 의견은 완전히 사장되는 측면이 있다. 즉 의결권의 편중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는 기업발전에도 저해된다.
 
-경제민주화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의 접근이 이뤄져야 할까.
 
▲특히 어느 한 부분을 강조하기보다는 동시에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되어야 한다. 출자부분도 그렇지만 공정거래법 안에서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 처벌수단도 같이 도입해야 한다. 중소기업 영역 보호를 위한 지원제도도 필수적이다. 이 세가지는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현실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의 경우 재벌들의 로비로 인해 많이 무력화된 상태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부과도 많이 낮아진 편이다. 이렇다 할 처벌 수단이 현재로선 없다.
 
한편 중소기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재벌이 신규로 진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대한 명문화된 처벌 수위도 강화돼야 한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을 보면 여당은 공정거래법, 야당은 출자부분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양쪽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동반성장은 민간기구와 시장자율에 맡겨져 있다. 법적 구속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시늉을 내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반대로 돌릴 수 있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하도급 문제가 중요하다. 재벌들과 협력업체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돌려야 하는데 정책 추진 주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재벌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공시제도 또한 강화해야 한다. 대중소기업 거래상황에 대해 공정위에 항시적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공정위도 이것을 계속 감시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통해 다같이 잘 살수 있도록 하는 게 경제민주화다. 소비자 권리가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 등으로 제한돼 있었다. 가로막혀 있었다. 그걸 수정하자는 것이지, 대기업 재벌 때리기는 아니다. 시장경제를 수정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정부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상부로부터 내려오는 정책에 단선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재벌정책, 낙수효과에 치중해 양극화가 심화됐다. 통계자료로도 나타나지 않는가. 시민단체들이 내는 목소리는 정부의 시행착오를 비판함으로써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기 위한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말한다면.  
 
▲공정거래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처벌수위가 낮고 대기업에 대한 예외조항, 유예조항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즉 재벌의 회피수단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이 있는데도 재벌 규제에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보호 정책도 중요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으로 권력의 비대칭성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 담합 문제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최근 OECD 보고서를 보면 대기업의 담함 금액 중 15~20% 정도가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로 전가된다. 이에 대한 과징금 기준은 최고 10%인데 조사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부과되는 과징금은 관련매출의 1~1.5% 수준이다.
 
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지만 과징금은 극히 소액인 것이다. 아예 법 자체가 담합을 조장하도록 설계된 부분도 있다. 과징금 기준을 대폭 상향해 소비자,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시급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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