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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법률시장②)"한국로펌과 전면전 피하라"
한국 진출 3개 외국로펌 사무소 운영전략 분석
2012-07-22 09:34:37 2012-07-23 00:47:3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외국로펌들이 20일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국내에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한-EU FTA가 발효된지 1년여, 한-미 FTA가 발효된지 3개월여 만에 한국 법률시장에서 토종로펌들과 외국로펌의 생사를 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국내등록 제1호 로펌인 미국의 '롭스앤그레이(Ropes & Gray)'는 약 150년 전인 1865년에 설립됐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총 변호사 수 928명 규모로 지난해 미국 변호사 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가 집계한 'The 2011 Global 100'에서 전 세계 로펌 중 31위에 올랐다.
 
2010년에는 미화를 기준으로 8억225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업무 면에서는 지적재산권 등 특허분야가 매우 강하다. 특히 생명과학분야는 미국 최고로 꼽히고 있으며 IP분야와 사모펀드 분야도 미국에서 최상위권에 속해있다.
 
회장인 브래드포드 몰트 변호사는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오랫동안 법률자문을 해오는 등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균 미국변호사가 이끄는 한국 사무소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 사옥에 위치해 있다. 올해까지 김 변호사와 지적재산권 소송 전문인 천상락 미국변호사 등 2명이 상주하지만 내년에 3~4명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롭스 앤 그레이' 생명과학 등 특허분야에 주력
 
롭스 앤 그레이의 한국 사무소는 미국법, 특히 본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테크놀로지나 생명과학 등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자문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래 전부터 바이엘 등 여러 제약업체들에게 자문을 제공해온 경력과 함께 현재 한국제약협회 국제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그동안 한국교포 변호사 30여명을 포함한 변호인단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한국 기업들과 일해 온 경험이 있어 의사소통 등에서 다른 외국로펌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주력 업무인 지적재산권 분야 업무가 안정되면 이후 공정거래나 인수합병, 금융 분야 등에 대한 자문 업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진출 외국로펌 현황(출처:American Lawyer 'The 2011 Global 100')
 
국내 등록 제2호 외국로펌인 '쉐퍼드 멀린(Sheppard Mullin)'은 1927년에 문을 열었으며 미국 LA에 본사를 두고 있다. 총 변호사 465명 규모로 지난해 전 세계 랭킹 95위를 차지했다. 2010년 3억68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쉐퍼드 멀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담팀 만들어 공략
 
쉐퍼드 멀린은 공정거래와 금융 분야가 정통적으로 강하지만 최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폭스, 파라마운트 등 여러 헐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사의 법률자문을 맡고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U.S. News & World Report’와 ‘Best Lawyers’가 뽑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최고의 로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사무소는 서울 중구에 있는 센터원빌딩에 마련했으며 현재 내부 막바지 공사 중으로 8월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김병수 미국변호사가 대표를 맡았으며 초기 5~8명의 변호사가 투입되지만 내년쯤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사무실 개소 초기에는 공정거래분야와 금융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공정거래사건을 여러번 수행한 경험이 있으며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미 법무부 출신과 연방 검사 출신 인사들을 꾸준히 영입해 이 분야의 인력조직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분야에서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마스터카드 등에 자문하고 있으며 국민, 하나, 산업, 우리 은행 등 국내 금융기업들도 많이 자문하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업무에 익숙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내년쯤 추가인력이 투입되면 엔터테인먼트팀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국내 등록 제3호이자 등록을 마친 유일한 영국로펌인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는 2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의 최대 강호다. 총 변호사 규모 2466명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만 400여명의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 세계 5위를 차지했으며, 2010년엔 18억83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클리포드 챈스' 최다인원 투입 에너지 분야 확보 총력
 
금융업, 기업간 인수합병, 국제중재, 자본시장 등 다방면에서 강세를 보여 왔으며, 최근 중국에서 석유, 광산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자문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브라이언 케시디(Brian Cassidy)' 미국변호사가 이끌 한국 사무소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페럼타워에 위치해 있으며, 케시디 변호사를 비롯해 홍콩에 있는 한국팀 변호사 중 10여명이 서울로 투입될 예정이다. 클리포드 챈스는 여기에 최근 미국로펌에서 기업자문을 다뤄왔던 한국계 미국변호사들을 최근 영입하는 등 한국업무 관련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클리포드 챈스는 외국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 중 광산, 가스 등 에너지 관련기업에 대한 자문과 금융·전자관련 기업들에 대한 해외 진출 자문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펌업계와 현재 국내 들어와 한국 진출준비를 하고 있는 변호사들에 따르면 외국로펌들의 공통적인 전략은 한국 로펌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라는 것이다. 규모나 국제적인 네트워크 면에서는 앞섰지만 ‘원정 중’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자는 것이다. 20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로펌들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들을 비롯해 한국 사무소를 내는 외국로펌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다. 그동안 한국 로펌들 역시 이들 기업들에 공을 들여 관계를 맺어온 만큼 직접적인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한국 진출을 위해 법무부에서 심사를 받고 있는 로펌이 14개나 되고 있어 향후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복수의 국내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들은 "외국로펌들이 지금까지 한국 로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 맞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기대한다"면서도 "파이의 전체 크기가 줄어드는 만큼 전면적인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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