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를말한다!)위평량 “재벌로부터의 자유가 경제민주화”
(특별기획)③"강력한 확대 재정정책 필요..과거 성장담론 벗어나야"
2012-07-19 09:44:46 2012-07-20 14:54:01
[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기자] "경제민주화는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력 집중현상을 해소해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의 자유를 확대함으로써 국부를 더욱 증진시킨다."
 
사회운동가이자 대표적인 개혁진보 성향의 학자 중 한 명인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행동하는 이상주의자'로 불린다.
 
특히 대기업과 관련한 경제현상에 실증적 접근을 시도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이론과 실상', '대주주 소유와 기업가치 관계에 대한 실증분석' 등의 저술활동을 통해 지난 수년간 대기업과 한국경제를 날카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분석해왔다.
 
위 박사는 "한국경제는 현재 ‘수요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소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한 확대 재정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재벌그룹의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만들어 자본주의와 주식회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방식"이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금산분리, 순환출자금지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시행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상 제한적"이라며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18일 오후 종로에 위치한 경제개혁연구소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위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18일 위평량 경제개혁소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으로 공정성이 훼손된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일단 개념 정의부터 해보자. 경제민주화는 무엇이며, 왜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 의제로 등장했다고 보나. 
 
▲경제민주화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다. 대기업에 편향된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제가 만들어지고, 개인들이 보다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국부가 늘어나게 된다. 소득 재분배, 기회의 평등, 결과의 형평성 강화 등이 모두 경제민주화에 포함된다.
 
사실 경제민주화 개념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 119조2항에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쓸 무렵인 1766년 산업혁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대자본,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제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렇다보니 일반 개인이 단순 노동자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아담 스미스는 최저임금을 높이고, 대자본의 요구를 정부가 충분히, 그리고 끝까지 검토한 다음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아담 스미스가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 자유는 대기업의 자유가 아니라 중소기업, 중견기업, 개인들의 경제적 자유을 의미한다. 이 자유가 확장함으로서 국부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경제적 약자의 자유를 천명한 셈이다. 그게 경제민주화의 의미다. 이전에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이와 같은 언급이 있었다. 이렇게 보면 경제민주화의 역사는 길고 또 깊다.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질서 파괴가 벌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을 기점으로 정치적(절차적)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경제적 민주화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당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찍이 도입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와 맞물리며 대자본은 더 커졌고, 경제적 약자는 다 어려워줬다. 2012년 현재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갈수록 일반인들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통해 성장 체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자영업자 중심으로 키워나가는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지난 4·11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정책 대결이 되지 않았다. 엉뚱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경제민주화에 반응하자 정치권에서는 막상 대선을 앞두고서는 경제민주화 없이 정권을 획득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다시 경제민주화를 치켜들고 있다.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란 뜻인가.
 
▲일단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한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진정성에서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에서는 지난 4·11 총선 당시 각 정당의 경제분야 정책을 검토했다. 총 11개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7개 분야에서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철학을 심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새누리당은 3개 분야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총선 공약을 보면 경제력 집중 해소를 위한 새누리당의 제대로 된 정책은 하나도 없었다. 나머지는 공정한 시장질서, 재벌 총수의 불공정한 행위를 감시하자는 수준의 공약이었다. 다시 말해 질적인 차이가 컸다. 새누리당은 소프트(Soft)하고 장기적인 사안에 치우친 반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가 좀 더 본질적이었다.
 
-재벌개혁,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다보니 재벌개혁이 나오는거다.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재벌과 관련된 법·제도가 나오는거다. 사실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하는 거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가장 단순하고 간결하고 효과적인 정책"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이뿐만 아니라 금산분리, 지주회사법 강화,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비롯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동시에 모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관련해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도입의 필요성이 큰 제도들은 어떤 것들인가.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금산분리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되고 있다. 출총제는 사실상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는 가장 단순하고 간결하며 효과적인 정책이다. 1987년 도입됐고, 1992년 김영삼 정권 시절에 후퇴했다. 이후 폐지와 도입을 반복하다가 2007년에 실질적으로, 2009년에는 완전히 폐지됐다. 출총제가 실패했다는 의견은 틀렸다. 물론 현실적으로 출총제만 다시 도입하는 건 과거 15~16년과 같은 소모적 논쟁을 양산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우리 경제개혁연구소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경영권 인수를 위해 공개매수를 시도할 경우 반드시 일정 지분 이상을 매입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1968년 영국에서, EU에서는 오랜 검토 끝에 2004년에 전면 도입했다. 또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홍콩, 페루, 브라질 등이 채택한 글로벌 스탠다드다.
 
경제력 집중 완화는 한두 가지 정책으로는 불가능하다.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건 당연하다. 금융산업과 산업자본 간 시스템 리스크가 전이되는 걸 방지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거꾸로 가고 있다. 지주회사제도는 경제력 집중을 가장 심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초기 도입할 때 규제가 있었는데, 이게 점점 완화되고 있다. 이걸 다시 되돌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지 않았는가.
 
이외에 여러 가지 논의 중인 제도들이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로 경제적 민주화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이런 개선방안들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에는 새누리당에서 입법발의한 것도 있다. 민주당도 해놓은게 있다. 진정성을 보이려면 대선 이전에, 이번 회기 내에 통과시켜야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인정해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짝퉁’이고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거다.
 
-재벌개혁을 좀 더 뜯어보면 총수 일가와 맞닿아 있다. 재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이 바로 총수와 연결된 현 지배구조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그룹 경영은 내부거래에 있어서 거래비용을 줄이고, 내부 금융시장을 만들어서 성장하는 방식이다. 이런 성장방식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황제경영은 결국 지배구조의 괴리, 각종 불법과 불완전한 시장경제를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그룹이 만들어지는 건 순환출자를 기본으로 한다. 순환출자는 자본주의,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이다. ‘가공자본’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재벌그룹 계열사들 간의 물량 몰아주기 등으로 공정경쟁을 훼손한다.
 
우리가 선진자본주의 시스템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타국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사례를 조사해본 바로, 일단 일본은 50대 재벌(제조업) 중에 오너경영을 하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독일은 13개, 미국은 7개, 영국 12개 수준이다. 한국은 조사대상 기업 40개 중 40개 전부가 오너 경영이다.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룹식 경영의 일장일단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악영향이 크다. 특히 재벌그룹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이 고착된 지 이미 오래됐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필연적이다.
 
-최근 장하준 교수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장하준식 경제민주화, 즉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을 통한 재원 마련, 그리고 복지의 확충은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현실적 타협이라는 의견도 많다. 
 
▲재벌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 세금을 더 걷고, 일자리 더 만들자는 얘긴데, 투자는 기업가가 나서서 하는 것 아닌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소비심리를 읽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에 따라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일자리를 위해 투자를 하도록 만들자”는 건 비효율적이다. 투자와 일자리를 담당하고, 소유권을 인정해준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사실 세금도 문제다. 지금 대기업은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를 계속 낮춰달라고 하고 있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외국 자본에 의해 우리나라 대기업이 잠식당한다는 얘기도 좀 더 생각해 봐야 한다. 2002년 이후 외국 투자자가 국내 재벌기업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례가 매우 드물다. 굳이 예를 하나 들자면 소버린이 SK 지분을 사면서 사외이사 1인 추천을 요구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경우도 쉽지 않은 얘기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반드시 신고하게끔 되어 있다. 또 대기업으로서는 시차임기제도, BW, CB 발행 등 대략 8가지의 M&A 방어책이 있다. 그래서 지난 십수년간 적대적 M&A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한다고 해서 국내 재벌을 외국 투기적 자본에 넘긴다는 주장은 현실을 확인하지 못한 얘기다. 물론 장하준 교수의 제안과 주장들 가운데 의미 있는 것들도 몇 가지 있다. 발전시킬 수 있는 사안들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이 삼각 경제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시장에서 기능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이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 피지배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과 관련해서는 3배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전속고발권 제도를 일부 폐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갈등의 핵심은 협상력의 비대칭성이다. 협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19조에 있는 담합조항을 완화해 중소기업과 중소기업단체에 선별적으로 카르텔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하도급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개별 중소기업들은 직접 당사자로 나서지 못한다. 대기업의 보복조치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하도급법 분쟁조정위원회에 개별 중소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단체가 협상에 나서는 조치가 필요하다.
 
소비자 권리와 관련해서는 사실 그동안의 대기업과 재벌계열사들의 담합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대기업의 담합에 대해서는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담합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다. 담합 금지에 대한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리니언시 제도를 강화해 담합을 주도한 업체들은 리니언시 혜택을 제외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과 강조해야할 부분은.
 
▲경제민주화의 대원칙은 국민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목적을 둬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민들의 후생을 증진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시스템을 보면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지금 같은 성장 패러다임은 효과가 없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고용 비중이 중소기업보다 낮다. 2003년부터 고용창출계수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 고용을 담당한다. 이는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대기업이 전체의 50%를 고용하고 있고, 일본은 24%다. 한국은 불과 12~13%다. 즉 일자리 창출에서 중소기업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활성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부분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재계나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출총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재벌이 해체되지 않는다. 국내 15개 재벌 그룹에는 총 88개 고리가 있는데 여기서 고리를 끊어도 약 9조7000억원 수준의 비용이 든다. 즉 순환출자도입을 해소한다고 해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우려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는다. 국민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재벌 총수일가에는 손해가 가겠지만 사실 이건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자산에 대한 투자다. 
 
지금 현재 한국은 불경기 초기다.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수요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지금부터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강력한 확대 재정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기업의 법인세를 늘리고 고소득자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다. 의미있는 투자, 의미 있는 재정지출이 필요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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