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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당권파, 물타기 하려다 또 자책골?
2012-06-25 15:58:08 2012-06-25 15:59:07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구 당권파에 속하는 오병윤·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25일 일명 '조준호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해 "도둑이 매를 든 허위날조였음이 드러났다"고 격분했지만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오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겨레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며 "부정선거를 저지른 범죄자가 범죄사실을 은폐하려고 사건과 무관한 타인에게 범죄사실을 뒤집어 씌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앞서 2차 진상조사특위의 자료를 입수했다며 "동일 IP 집단투표와 몰표가 당권파와 비당권파, 참여계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최소 30여개의 동일 IP에서 적게는 60여명, 많게는 200명이 넘는 당원이 지난 비례경선에서 투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으로, 동일 IP에서 투표한 당원이 가장 많은 경우는 전농 출신 문경식 후보다. 해당 IP를 통해 투표한 286명 모두가 그를 뽑았다.
 
2위는 제주도의 270명이 한 곳에서 몰표를 던진 참여계 오옥만 후보였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석기 의원은 동일 IP에서 투표한 82명 전원에게 100% 지지를 받았다.
 
오병윤 의원은 오옥만 후보에 대한 몰표가 이루어진 제주도의 한 건설회사 사무실이 참여계 고영삼 1차 진상조사위원이 운영하는 곳이라며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은폐하고, 죄없는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제2의 유서대필 사건"이라고 격분했다.
 
하지만 이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지난달30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파에서 부정이 저질러졌다"고 밝힌 바 있듯이 1차 진상보고서 역시 특정 정파를 지칭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포인트가 빗나간 논평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문제는 26일 오후에 열리는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보고되기로 한 2차 진상조사특위의 보고서 자료가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고, 구 당권파측 의원들이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느냐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해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조준호 보고서가 독단적으로 발표됐다는 불만이 있어 2차 보고서는 전국운영위에 보고되기 전까지 보안을 유지키로 했었다"며 "<한겨레신문>이 입수했다고 하니 내부로부터 유출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아울러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지난 5월8일 개최한 진상조사보고서 검증공청회에서 이석기 의원을 두둔하며 공개했던 자료도 논란의 소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공동대표는 '1개의 IP에서 2회 이상 투표가 진행된 경우'를 통틀어 집계한 IP 중복투표에서 이 의원이 61.5%를 기록, 총 득표수 대비 IP 중복투표 비율 1위부터 5위까지의 후보자들이 65.3%에서 57.5% 구간에 모여 있어서 "대동소이했다"고 옹호한 바 있다.
 
그럼 1만표가 넘게 득표한 이 의원은 6000표 이상을 IP 중복투표를 통해 획득한 것이 되며, 이로 인해 이 의원은 <한겨레신문>의 보도처럼 82명의 동일 IP투표가 최고 인원이었더라도 수십명이 수십곳 이상의 동일 IP에서 투표를 해야 6000여표를 IP 중복투표로 획득한 것이 된다.
 
결국 당직선거에 명운을 걸고 있는 구 당권파에서 투표 개시일에 맞춰 조급한 마음에 여론의 반전과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물타기'를 벌이려다 자책골을 낳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병윤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2차 진상조사위 자료 유출 등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이석기 의원은 IP 동일투표 맨 하위에 불과하다"며 "공정보도를 위해 도와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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