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우린 순수하게 음악밖에 몰라요. 자부심 하나로 여태 살아왔는데….”
국내 손꼽히는 KBS 교향악단 연주자들이 악기 대신 전단지와 피켓을 손에 들었다.
90여명 남짓한 단원들 대다수는 지난 2년 동안 지휘자와 불협화음을 거듭하다 최근 정기연주회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다.
연주회 파행을 놓고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지휘자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는 게 단원들 주장이다.
방송사 파업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지휘자의 취임설이 돌기 시작할 때부터 불거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바이올린 연주자는 “문화ㆍ예술계마저 낙하산인사를 내려 보낸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정부와 KBS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휘자 함신익씨를 반대하는 이유가 뭔가?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다. 오랫동안 이스트만 음악원대학원 박사학위를 땄다고 해놓고 나중에 ‘수료’로 말을 바꿨다.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제네바 오케스트라 지휘를 했다고 했는데, 확인해보니 사실과 달랐다. LA필하모닉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휘한 경력이고, 제네바는 정확히 ‘제네바 콘서바토리 음악대학’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음대 학생들 지휘한 것을 두고 그렇게 포장한 셈이다.
-2010년 7월 지휘자 취임 전후로 내정설을 제기했는데?
▲당시 KBS가 꾸린 선정위원단을 보면 함신익씨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 구성원에 포함돼 있었다. 주돈식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성악가 김영미, 음악평론가 이상만 등인데 이분들이 교향악단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함신익씨가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나온 얘긴가?
▲함신익씨가 미국에 머물 때 여당 유력인사와 연이 닿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인사가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에게 함신익씨를 소개해줘 KBS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내려오게 됐다는 건데, 구체적 물증을 잡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정황은 있다. 김인규 사장이 우리 보고 ‘임기가 남았으니 조금 기다려보자’고 이야기 하는데, KBS 사장도 어쩌지 못하는 인사라는 소리 아닌가.
-인사ㆍ운영권을 쥔 KBS는 소유구조상 정부입김을 피해갈 수 없지 않나? 이전 지휘자는 어땠나?
▲이전에는 주로 외국인 지휘자가 악단을 맡아왔다. 그러다보니 딱히 낙하산 인사라 부를 만한 사람은 없었다. 우린 순수하게 음악만 놓고 판단한다. 일례로 바로 직전 지휘를 맡았던 드미트리 기타옌코, 그 분과는 협업이 잘 됐다. 우리가 그 분의 지휘에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실력이 탁월했으니까. 낙하산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음악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했다.
-‘실력이 형편없다’는 말은 다소 주관적으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너무 많다. 2011년 10월 유엔연주회에서 KBS 교향악단과 무대에 함께 오른 성악가가 커튼콜을 받고도 무대에 오르지 않은 일이 있다. 노래하고 반주가 안 맞아서 공연을 망쳤다는 건데 그게 단적인 예다. 한번은 대통령을 초청한 신년음악회에서 사물놀이패와 협업을 하는데 지휘자가 국악 장단을 몰라 해맨 일도 있었다. 자진모리나 휘모리나 이런 건 학생들도 알지 않나?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KBS 사측과는 이야기해봤나?
▲KBS도 실세인 함신익을 함부로 어쩌지 못한다. KBS에 정말 화가 나는 게 수신료 인상 거론할 때 우리를 그렇게 활용해 놓고 이런 문제에는 나 몰라라 한다. 우리가 KBS 수신료 홍보단으로 전국 곳곳을 돌면서 연주회를 했다. 필요할 때는 그렇게 내세우더니…. 지금은 지휘자와 한통속으로 사안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교향악단을 관리하는 것이 시청자센터에 배속된 기자들이라고 하던데?
▲그렇다. 센터 안에 교향악단 운영국이 있고 인사가 날 때마다 기자가 돌아가며 맡는다. 전문인력을 써야 하는데 운영이 그렇게 이뤄지고 있다.
-이달 초 불거진 정기연주회 파행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31년 만에 무산됐다고 하는데 사안의 무게가 얼마나 큰 건가?
▲음악을 아는 이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연주회, FM콘서트 등 연주회가 많지만 가장 중요한 연주회가 정기연주회다. 전 단원의 역량을 모아서 보여주는 자리고, 교향악단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과거엔 한 차례도 없던 일이다.
- KBS 발표에 따르면 단원들의 폭언과 방해로 연주회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고 하던데?
▲지휘자 편에 선 연주자와 일반 단원 사이에 말다툼이 오간 건 사실이다. 개인적 감정이 꾹꾹 눌렸다가 폭발하고 부딪힌 건데, 의도한 건 아니고 다른 뜻이 있던 것도 아니다. 우린 어떻게든 연주를 하고 싶었다. 평생 음악밖에 모르고 산 사람들이라 긴장된 분위기에서 3명이 기절했을 만큼 갈등과 불신이 뿌리 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단원들이 오디션과 연습을 거부한 건 사실 아닌가?
▲평가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다. 의도가 있는 오디션, 골탕 먹이기용 오디션이라 거부했다. 우리를 정당하게 플레이어로 대접하는 오디션이 아니었다. 이전에는 주로 ‘상시평가’가 있었다. 단원들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지휘자가 그때마다 실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그런 게 얼마든지 가능한데 왜? 더욱이 함신익씨가 심사자로 데리고 온 사람은 KBS 교향악단 평단원 오디션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클라리넷 주자였다. 평단원 오디션도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 수석단원과 부수석단원을 심사하겠다고 온 것이다. 그것으로 말 다한 거 아닌가?
-함신익씨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징계자가 몇 명인가?
▲10명 이상이다. 6개월 출연 정지부터 가볍게는 1개월 출연 정지까지 있다. 이전에는 없던 일이고 우린 부당 징계라고 본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우린 공영방송의 교향악단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다. 이 이야길 꼭 하고 싶다. 당분간 사내에 전단지를 돌리면서 사안을 정확히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필요하면 준법테두리 안에서 길거리 연주회도 계속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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