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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거품 꺼진 신당 “청와대 작품”
탈당 움직임 '올스톱'..박근혜 체제서 살아남기로 선회
2012-03-13 16:13:16 2012-03-13 16:42:29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보수신당 움직임이 주춤해졌다. 주춤 정도가 아니라 일제히 멈춰선 듯하다. 동시에 신당이 꾸리려 했던 비박(비박근혜) 전선도 옅어졌다. 기점은 12일이다.
 
먼저 정운찬 전 총리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가 추진하는 비박연대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며 “총선에 출마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국민생각이 구상하는 보수신당에 화룡정점을 찍을 유일무이한 인사였다. 대선주자의 공백을 메울 때 신당의 파괴력이 최소한 담보됐고, 이는 친이계 낙천자들을 이끄는 절대적 유인책이었다.
 
이날 오전까지 탈당이 점쳐졌던 김무성 의원도 “백의종군하겠다”며 당 잔류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 부산에서 차지하는 무게감과 경륜, YS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의 이탈은 신당 도약에 심상치 않는 이상신호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유망한 정치인”이라며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 몇 사람 없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 의원들을 대거 잃고도 칼날을 들었던 박 위원장을 적으로 삼기는커녕 극찬의 대상으로 치켜세운 것이다.
 
진수희 의원 등 이날 오후 예고됐던 친이계 의원들의 탈당 선언은 일어나지 않았다.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또 다시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진수희, 권택기 의원 등 측근들의 탈당을 만류함으로써 탈당에 대한 그의 부정적 시각이 확연해졌다.
 
오히려 조전혁(12일), 이경재(13일) 의원 등 당의 공천 결정을 수용하는 움직임이 잇달았다. 집단탈당 움직임을 보였던 나머지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은 정중동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현재 신당 합류는 선택지에서 뺐다. 향후 거취에 대해선 “무소속 출마와 당 잔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2일과 13일, 양일에 걸친 여권 기상도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관계자는 기자에게 “청와대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친이계가 대거 낙천된 지난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청와대 참모 출신 공천 신청자를 불러 모았다.
 
광화문 인근에서 가진 이 모임에서 임 전 실장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가면 개죽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분통이 터지더라도 (박근혜 체제를)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친이계 핵심의원도 이들의 만남에 대해선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확인해줬다.
 
당내 일각에선 임 전 실장이 재정부 출신의 대선배 김용환 전 의원과 교감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김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원로로 총·대선 밑그림을 그리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과 정 전 총리가 9일 오찬회동을 갖고 나눈 독대 역시 이 같은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종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1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반발 수위를 감안하면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한 이상 이 문제(공천)에 대해 더 거론하지 않겠다”, “종로 승리와 정권 재창출의 밀알이 되겠다” 등의 말은 백보 이상을 물러선 것이란 분석이다.
 
청와대 출신에 대한 당의 배려도 엿보였다. 정진석 전 정무수석이 13일 서울 중구에 전략 공천되며 청와대 출신 공천자는 박선규(서울 영등포갑), 김희정(부산 연제), 김연광(인천 부평을) 등 총 4명으로 늘어났다. MB 참모들에 대한 비대위의 강한 비토를 감안하면 오히려 ‘의외’란 분석마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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