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경찰과 검찰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거래소에 속한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행위를 조사해 문제가 있는 사건을 금융위원회에 통보하면 결정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
물론 금융위 역시 증권거래법 위반에 대해 제재 대상만 결정할 뿐 사법적인 판단은 결국 검찰과 법원이 담당하기 때문에 금융위를 검찰에 비유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선 사건 현장에서 수고로움은 많지만 그들 스스로 체감하는 과실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거래소와 경찰의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엉뚱하게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검경 갈등' 같은 것을 거론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이 증권시장의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일선 현장 관계자들의 기운이 빠져 있다는 점을 돌이켜봤으면 하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불공정거래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의 역할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어려움이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거래소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 증권거래 사범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미미한 상황에서 예방활동을 강화해 선의의 투자자들을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증권거래법 위반 사범의 절반 이상이 소액의 벌금만 내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최근에는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과징금제 도입 방안이 법무부와 금융당국 사이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
때문에 증권 관련 범죄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재 거래소는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매매거래정지로 진행되는 시장경보제도를 강화해 투자경고 상태에서도 거래정지를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각 단계별 시장경보 요건도 완화해 더 많은 불공정 거래를 걸러낼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경보 제도는 이달중 마무리 손질을 거쳐 금융위 승인을 받으면 3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과징금제 도입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부당거래를 차단하는 시장감시 기능은 현재보다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게 거래소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건전한 증권시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의 한 축인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인식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증권시장 일선에서 치열한 감시 활동을 벌여 실적을 올리더라도 결과적으로 그 공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는 것이다.
국가의 보호만 받을 수 있다면 보호의 주체가 경찰이든 검찰이든 상관없는 것처럼, 투자자 입장에서도 증권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면 그 감시자가 누구든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경 갈등 속에는 검찰에 홀대받는 경찰의 불만이 크게 자리하고 있듯이 시장감시자로서 최일선에 있는 거래소에 대한 사기진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 정권들어 공공기관으로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인 거래소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더욱 절실할 수도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