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환경부가 올해 2500대의 전기차용 완속충전기 보급 계획을 밝힌 가운데 충전기 업체에 납품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충전기 업체들은 환경부가 원가 공개를 요구한 것과 더불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값을 내리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주어진 예산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주기 위해 원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원가 후려치기'는 없다"는 설명이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500대의 전기차용 완속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숫자로만 보면 충전기와 시공설치비를 포함한 1기당 가격은 800만원선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1기당 가격이 1300만원이었던 것에 견줘보면 단가가 38.46%나 줄어든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책정된 예산대로라면 충전기 1기당 가격이 지난해 600만원대의 40% 수준인 350만원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실상 가격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충전기 업체 "생산량 적어 가격 인하에 한계"
올해 보급 물량이 2500대로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충전기 생산업체들이 7~8곳임을 감안하면, 대량생산을 통한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10% 정도의 원가절감이라면 누가봐도 납득이 되겠지만,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절감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기본 단가를 무시한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제품 개발이 병행되는 생산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양산 체제가 갖춰지는 시점까지는 환경부가 최소한의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값을 낮추는 것은 수량이 10만대 정도로 대규모일 때나 가능하다"며 "지금처럼 적은 수량으로 각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자인 환경부의 원가공개 요구는 부적절"
업체들은 보급사업의 주체이자 수요자인 환경부가 업체에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점도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물가조사기관인 물가협회는 현재 조달청의 용역을 받아 각 업체로부터 원가를 취합해 가격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물가협회의 조사를 토대로 완속 충전기의 가격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충전기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원가를 취합하는 것은 일면 이해하지만, 수요자이기도 한 환경부가 원가 정보를 쥐게 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가 정보를 훤히 알고 있는 환경부가 가격을 책정한 이상, 업체 사이의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무리한 가격 인하로 출혈경쟁 심화될 것"
일각에서는 생산원가를 무시한 가격 산정이 출혈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각 업체들은 보급 사업 초기 선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2~3기의 작은 공급 물량이라도 기를 쓰고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보급 사업자로 인정받으면 사업 참여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이 지난해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C업체 관계자는 "충전기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도 현재 충전기를 팔아 큰 수익이 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대기업은 단가를 인하해도 자금력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환경부 "가격 후려치기 아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업체들이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원가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업체들이 조달청에 가격을 등록하면 원가 조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완속 충전기 보급사업을 벌인 결과 공공기관의 평균 설치 비용이 환경부의 지원 금액인 1300만원보다 낮게 나와 가격을 재조정하고 있다"며 "'가격 후려치기'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각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원가조사는 객관적인 가격 산정을 위한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업체들이 각 공공기관에 일괄적인 가격을 제시하지 못했던 점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의도는 없다"며 "예산 범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가격을 현실화 하기 위해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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