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10살 넘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승승장구 금조부, ELW에서 '일단 정지'
입력 : 2011-12-28 11:45:54 수정 : 2011-12-28 11:47:48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금조부)가 올해로 10살이 됐다. 90년대 이후 각광받던 특수부 시대를 지나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가 금조부다.
 
금융, 증권, 조세범죄를 전담해 수사하고 있는 금조부는 지난 10년간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달려왔다.
 
최근 야심차게 준비했던 ELW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아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굵직굵직한 경제범죄를 처리하면서 명실상부한 전문부서로 자리잡았다.
 
◇검사들이 선호하는 부서 1순위, 금조부

'검사장'·'검찰총장'을 꿈으로 삼던 평검사의 시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기업이나 경제 관련 수사가 늘어나면서 금융·경제범죄 수사 전문가를 꿈꾸는 검사들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최고 인기 부서가 금융·증권 사건을 수사하는 금조부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전체 검사의 90%가 금조부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수부와 공안부에 지원자가 몰린다는 건 옛말이다.

10년전 형사9부로 출발한 금조부는 금융·증권 등 금감원 의뢰 사건을 전담해 왔다. 2003년 첨단 경제범죄에 대응하는 부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조세조사부로 바뀌었다. 지금은 금조부가 1, 2, 3부로 확대돼 소속 검사만 20여명에 달한다.
 
대검찰청이 2006년부터 '전문지식연구회' 활성화를 장려하면서 검찰 내에는 경제분야 학습 모임이 많아졌다. 증권범죄, 조세범죄, 공정거래범죄, 신용보험범죄 등 경제 분야 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치열한 내부 경쟁이나 향후 변호사 개업을 생각할 때 전문적인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분야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검찰 기류를 전했다.
 
◇외부기관 의뢰 사건 줄이고 '인지수사' 확대
 
금조부 수사의 70~80%는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관세청에서 고발했거나 수사의뢰한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금감원 등 조사를 거쳐 검찰에 넘어가기까지 1년 가량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검찰이 앞서서 혐의를 잡아내고 주도적으로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사의 경우 금감원 고발 없이 검찰이 자체 인지한 사건이다. 도이체방크의 '옵션쇼크' 시세조종 의혹도 금감원 고발에 앞서 검찰이 내사를 벌였다.
 
이같은 기류에는 외부 기관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가조작이나 금융권의 비리사건의 경우 금감원에서 사건을 넘겨야 수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해 검찰쪽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세범죄의 경우도 국세청 직원들이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 국세청의 고발만 기다리는 것 보다는 자체적으로 인지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SK 분식회계'사건부터 '옵션쇼크·ELW' 수사까지
 
금조부의 모태는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형사9부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맡아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으며, 이를 계기로 검찰은 같은해 4월 형사9부를 금융조사부로 전환했다.
 
그동안 금조부가 처리한 사건을 보면 그들의 존재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주가연계증권(ELS) 상환무산·도이치뱅크 '옵션 쇼크' 의혹 등 최근 재계와 금융가를 뒤흔든 대형사건 수사는 예외없이 금조부 몫이다.

특히 재계 서열 30위권 대기업 오리온에 대한 수사는 그룹 핵심 임원인 전략담당 사장과 총수까지 구속기소할 만큼 거침없다.
 
금조부가 재판에 넘긴 사건은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둔다.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8일 첫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시도상선' 권혁 회장의 재판 결과도 주목된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서도 금조부는 당당히 몫을 해냈다.

삼화저축은행을 수사한 금조부는 부당대출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 등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 등 정관계 인사를 포함한 총 25명(구속기소 4명, 불구속기소 21명)을 기소했다.

또 금조부는 '신한은행 고소·고발 사태' 수사 결과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을 대출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경영자문료 등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하는 반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소 수출기업에 막대한 환손실을 입힌 '키코(KIKO) 사태' 역시 금조부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잇따른 ELW 무죄 '충격'..금조부의 과제
 
지난 10년간 금조부는 날로 지능화되고 급증하는 금융·증권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계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독자적 인지수사 확대'에 도전하는 금조부의 넘치는 과욕에 비해 검사들이 경제·증권가 현실을 잘 모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6월 금조부는 무려 12개 증권사 대표와 스캘퍼(초단타매매자)를 'ELW 부당거래' 혐의로 한꺼번에 기소하면서 이들의 유죄를 확신하는 듯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재판이 시작되고난 이후 분위기는 역전됐다.
 
ELW 관련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두 재판부는 일반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는 이유는 스캘퍼 탓이 아니며, '(주문처리상) 시간우선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 교수는 "검찰이 시장을 규제한다거나 후견인 노릇을 하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시장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산업과 경제여건, 각 기술은 꾸준히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검찰의 수사 방식은 전통적인 이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에) 천천히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A법무법인의 송모 변호사는 "금조부가 사건을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소되는데까지 1년 넘게 걸리면,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잊어버릴 때도 있다"며 신속한 수사를 위해 인원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도적 문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번 ELW 사건은 '최초의 기획 인지수사'라는 등 검찰의 실적 홍보용으로 시작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경제시장의 현주소도 알지 못한채 무리한 기소를 한 검찰 탓에 증권사들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질타했다.
 
금조부 검사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외국 기관과의 '실무수습 교류'도 좋은 방책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강희주 변호사는 "우리나라 금조부 검사들의 실력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준급이다. 다만 자본시장의 역사가 미국 등에 비해 짧아 수사기법이나 법령을 해석하는 검사의 경험이 부족하다"며 "자본시장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되 시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 범죄를 도려내는 방식,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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