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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新빈곤층)③미국보다 힘든 출산·육아.."대학까지 3억"
출산 기쁨도 잠시..30대 부부 '베이비 푸어' 전락
2011-12-02 14:25:00 2011-12-02 16:37:07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신빈곤층'이란 용어가 처음 한국사회에 쓰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인 지난 2000년부터였다. 몰락한 중산층이 새로운 빈곤층으로 등장했다. 2008년 이후 신빈곤층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 내집을 갖고 있지만 삶은 팍팍해진 '하우스푸어', 한평생 일하고도 가난하기만 '실버푸어', 출산으로 더욱 힘들어진 '베이비푸어', 수많은 스펙을 쌓고도 취업이 안돼 고시원을 전전하는 젊은 '스펙푸어' 등 신빈곤층은 자꾸만 늘고 있다. 2011년 말 신빈곤층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편집자] ③베이비푸어
 
미국 뉴욕에서 유학중에 아이를 출산한 홍아무개(33세)씨는 지난 9월 귀국 후 아이 키우는 걱정에 한숨이 늘었다. 미국에선 아이를 출산했을 때 보험이 적용돼 출산비용 약 220만원을 제외하고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없었다. 출산비용 2000달러. 예방접종 0달러(보험적용). 
 
하지만 한국에 와선 상황이 다르다.
 
홍 씨는 "얼마전 겨울철 독감예방주사를 10만원을 지불했죠. 그뿐 아니예요. 분유값은 미국보다 3배나 비싸요"라며 "의류값도 2배정도 비싸다"고 한다. 그는 "대신 인건비가 미국은 비싸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만 있다면 차라리 미국이 한국보다 출산, 양육 부담이 없다"고 한다.
 
임신 12주차인 손아무개(31세)씨는 임신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지출한 비용만 23만원이 넘었다. 초음파 3만7000원, 자궁암 검사 18만원, 엽산제 1만8000원.
 
출산까지 한 달에 2주 또는 한 달에 한 번 씩 병원에서 검사를 해야하고, 검사비용은 3만7000원에서 30만원까지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얼마가 될지 감도 안잡힌다. 자연분만을 할 경우 150만원가량이 들지만 정작 손씨의 걱정은 출산 이후다.
 
출산 후 마땅히 산후조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 결국 산후조리원을 이용해야하는데 산후조리원은 2주에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무시할 수 없는 가격을 지불해야한다.
 
출산 1000만원 시대. 임신 소식이후 기쁨도 잠시 30대 젊은 부부들이 '베이비 푸어'로 전락하고 있다.
 
◇ 소득하위 계층일수록 출산·양육 비용 증가
 
더구나 소득 하위계층일수록 출산과 양육 비용이 증가해 가난한 부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더욱 가난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2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양육비가 가구경상소득 대비 차지하는 비율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월평균가구 소득 100만원 미만과 100~199만원의 저소득층에서 총 양육비가 1인 약58만원, 2인 약 97만원, 3인 111만원과 140만원으로 나타나 양육비용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400만원 소득 가정에서는 자녀 1인 양육비가 99만원, 500만원은 112만원, 600만원 이상에서는 132만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소득수준 차이에 따른 양육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양육비가 가구경상소득 대비 차지하는 경상소득 대비 총양육비율은 100만원 미만 소득에서 1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173.8%로 가장 높았다.
 
그 밖의 소득구간에서는 ▲ 100~200만원 미만 36.8% ▲ 200~300만원 미만 29.4% ▲ 300~400만원 미만 26.7% ▲ 400~500만 미만 22.1% ▲ 500~600만원 미만 20.7% ▲ 600만원 이상 16.5%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같은 가격의 분유를 사더라도 100만원 미만 가구의 부담이 그만큼 큰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양육비에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시설지원과 현금 지원 등 지원서비스 등을 국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아이 대학까지 '2억6204만원'.."차라리 낳지 말자"
 
두 살 남자아이를 둔 명아무개(32세)씨는 "딴거 아끼자"며 아이에게 해주는 물건에 대해서는 최고를 선택한다. "그게 엄마들의 욕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명씨는 "지난 봄 일본 원전사고 이후 엄마들이 유기농을 더 찾고, 기업도 마케팅 전략을 그쪽에 맞추면서 유아용품 가격이 더욱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유아용품뿐 아니라 교육비 지출을 포함해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총 양육비는 2억6204만원(2009년 기준)에 이른다. 물론 한명의 자녀를 키울 때다.
 
김승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09년 기준으로 산출된 양육비 추정결과를 2010년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지수를 적용해 환산하면, 출생후 대학졸업시까지 자녀 1인당 2억7514만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자녀 1인당 지출되는 월평균 양육비는 지난 2003년에 74만8000원, 2006년 91만2000원, 그리고 2009년에 100만 9000원으로 3년마다 조사하는데 매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할 때 부모의 양육 책임기간을 묻는 질문에 가장 높은 비율이 대학졸업 때까지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대학을 반드시 가야하는 정서가 있고, 이를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커 양육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연구위원은 "경제가 가라앉고 취업하기가 더욱 힘들어지면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층이 늘어나 앞으로 자녀양육 기간은 더욱 길어지고 비용은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일본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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