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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수입화장품 안판다더니..업계 `눈총`
고객 니즈 적극 수용-경쟁력 강화 vs 정체성 혼란
2011-10-18 10:00:00 2011-10-18 17:21:30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국내 대표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이 멀티 브랜드숍 '아리따움(ARITAUM)'에서 수입화장품을 판매하자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국내 화장품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며 수입 화장품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아모레퍼시픽의 배신(?)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오너인 서경배 대표이사가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화장품 산업을 보호·육성하고자 설립된 `대한화장품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수입화장품 판매는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아리따움은 일부 주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판매 브랜드 포트폴리오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제품을 판매중이다.
 
아리따움은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를 모아 판매하는 멀티 브랜드숍으로 라네즈(LANEIGE), 마몽드(Mamonde), 아이오페(IOPE) , 한율, 해피바스(HAPPY BATH) 등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출범했다.
 
출범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장 수만 10월 현재 전국 1300여개에 달할만큼 국내 대표 멀티 브랜드숍으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해외 브랜드를 아리따움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일각에서는 토종 한국 화장품 숍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엠브리올리스', '키스 미' , '아르데코' 등 해외 브랜드 취급
 
아리따움은 대표적으로 '엠브리올리스(Embryolisse)'라는 프랑스 브랜드를 판매 취급하고 있다.
 
엠브리올리스는 지난 5월을 시작으로 수도권과 주요 도시 중심 상권 150여개 매장에서 시험 판매하고 있다.
 
시험 판매인만큼 매출 실적이나 고객 반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판매할지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아리따움 매장에서 야심차게 판매를 시작했다가 완전 철수한 해외브랜드도 있다.
 
뉴질랜드 자연주의 브랜드인 '트릴로지(trilogy)'는 지난해 9월 서울 선릉직영점 외 4개 매장에서 시범 판매했으나 고객 반응이 시원치않자 지난 6월 완전 철수시켰다.
 
선릉직영점 관계자는 "트릴로지는 더이상 판매하지 않고, 현재 엠브리올리스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독일 유명 화장품인 '아르데코(ARTDECO)'를 아리따움 강남직영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수입 화장품 브랜드는 스킨케어 라인으로 엠브리올리스, 색조 화장품 라인으로 아르데코를 판매하고 있다"며 "아르데코는 아리따움 강남직영점에서만 시범 판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르데코'는 2001년 이후 매년 독일 내 백화점, 셀렉트 숍 등 화장품 전문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화장품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화장품 브랜드 '키스 미(Kiss Me)'를 향후 전 매장으로 확대해 입점시킬 계획이다.
 
◇ `고객 니즈 충족`이냐, `경쟁력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냐
 
이같은 아리따움의 경영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선의의 경쟁을 위해 해외의 우수한 브랜드를 들여와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고, 고객의 요구도 수용하기 위한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아모레의 브랜드를 우선 취급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판매 브랜드 포트폴리오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더마톨로지(Dermatology, 피부과 전문) 제품과 같은 특정 제품군에 대한 일부 고객의 요청을 수용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같은 아모레퍼시픽의 경영 방침에 대해 출범 당시의 콘셉트에서 멀어진 애매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화장품 전문점을 운영하던 점주들이 아리따움을 운영하면서 매출 부진과 제품 부족으로 항의한 적이 있었다"며 "전문점 시절에는 신제품이 출시되면 각 사에서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만으로 매장을 채우기에는 활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점주들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매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콘셉트를 수정해가며 내린 아모레퍼시픽 나름의 자구책이란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브랜드까지 취급하는 올리브영 같은 이른바 '뷰티앤헬스' 스토어와도 경쟁해야 하고 단일 브랜드의 수백여개 제품군으로 승부하는 일반 '브랜드숍'과도 경쟁해야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럴려면 처음부터 `(수입화장품을 안팔겠다는) 선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협회 회장을 맡은 기업이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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