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물가가 3년 만에 5%대에 진입하는 등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정부와 물가당국이 패닉에 빠졌다.
올 한해 내내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여 내수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진데다, 최근 무역흑자 폭 급감, 광공업 생산 감소 등이 나타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4%대 달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4%, 물가 4.5%' 달성은 가능하다며 불안심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예전 같은 자신감은 보기 어렵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물가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3년 만에 물가 5%대 진입 '쇼크'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3% 치솟았다. 올 들어 7개월 연속 4%를 웃돌던 물가가 3년만에 5%를 넘어선 것이다.
매월 한은 물가목표치인 4%선을 웃돌다 보니 일각에선 외부 변수들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어떤 충격이 더 현실성이 높으냐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외부충격 및 경로자체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와 물가당국은 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금값 급등, 폭우와 장마 등 이상기후 등 돌발변수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은은 "채소가격 및 금 값외에도 간장, 소금 등 안오르던 것들이 폭등해 조금 당황했다"면서 "알아보니 기후변수 외에 최근 중국에서 소금을 사재기 한 영향으로 국내 재고가 급감한 게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4%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돌발 변수에 초점을 맞추는 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요금 인상 등으로 근원물가지수가 4%를 찍었다는 게 가장 부담"이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금리 정책에도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물가 희생한 댓가는 4%성장 불투명
한은은 물가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대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주저해왔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물가를 희생한 댓가는 더욱 암담하다. 선진국 재정위기라는 또다른 암초에 직면한 것.
한은과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4.5%로 잡았지만 이미 국내외 기관들은 3%대로 낮춰잡았다.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로 불거진 글로벌 경기둔화는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경제에는 치명적이란 이유에서다. 8월 무역수지는 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는 잠재웠지만 전달 63억달러 흑자에서 급감했다.
7월 경상수지도 9개월래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유럽지역의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였다. 선진국 재정위기 우려가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가당국 쓸만한 카드 있나?
문제는 대내외 불안요인이 모두 안좋은 쪽으로 맞물려 있어 관련 당국이 어떤 조치도 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9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고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대출은 비정상적인 증가세다.특히, 최근 대출증가의 주범은 생계형대출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줄어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규제가 강화되면 돈줄 막힌 서민들이 고금리인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리마저 오른다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가계의 부실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전문가들은 "생계형 대출이 어려워지고 물가 불안과 전월세 상승까지 서민들의 삼중고가 지속되고 있다"며 "모든 상황이 맞물려 있어 어떤 대책도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도 "대외 불안요인이 여전히 진행형이고 가계부채 부담이 상당한 지금 물가 하나만 보고 금리정책을 쓰면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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