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금감원 직원과 예보 직원이 다 있었다.''금감원 직원은 있었지만 예보 직원은 없었다.'
범죄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알리바이' 공방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는 하루종일 이런 알리바이 다툼을 벌였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인 지난 2월 16일 일부 직원들이 일부 '귀하신' 고객의 예금을 '미리' 그리고 '따로' 인출해줬다는 의혹이 금융당국의 확인으로 사실로 밝혀진 가운데 금융당국간의 엇갈린 알리바이 다툼은 이전투구로 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금감원이나 예보 관계자가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후로 파견돼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두 기관은 직무유기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 저축은행서비스 국장은 이날 기자실에서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날(2월16일) 금감원 직원과 예보 직원이 파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관은 본점에 3명이 있었으며 2명의 예보직원도 있었다"며 "다만, 예보직원은 영업정지 전일 영업점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즉, 예보직원이 영업점에는 없었지만 본점에는 파견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말도 안된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예보 저축은행정상화부 팀장은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전일 예금보험공사 감독관이 상주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업정지 전일 금융위로부터 얘기를 듣고 밤 10시 30분에 감독관 교육을 시킨 뒤 이튿날(17일) 아침 부산저축은행 본점과 지점에 모두 4명의 감독관을 보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예보 직원도 현장이 있었다"며 책임을 나눠가지려는 의도를 드러냈고, 예보는 "(일이 벌어진 영업정지 전일) 현장에 없었는데도 금감원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하소연으로 소동을 피운 것이다.
'사건 당일'인 16일 '범행 현장'에 있었으면서 부산저축은행이 편법으로 돈을 빼돌려 인출해 준 사실을 몰랐다면 이는 확실한 직무유기이거나 한심한 무능력이다.
예보 직원이 '당일 현장'이 아니라 '다음날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그리 떳떳할 게 없다. '범행 당시 현장'을 놓친 것도 문제거니와 하루 지난 뒤 아무런 점검이나 조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소동 끝에 기자가 "예보 직원이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금감원 당국자에게 재차 확인 요청을 하자 당국자는 "예보직원은 없었고 금감원 직원만 있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예보관계자는 "이처럼 예민한 상황에서 금감원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관계당국'이 잘잘못을 따져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책임 넘기기와 책임 빠져나오기 공방에 몰두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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