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모두가 자유형일 때 혼자 평영도 괜찮아"…상이군경에 던진 '연대·회복' 울림
한·호 연합 계영팀 30m 앞서다 역전당해 은메달…한국팀 덕분이라며 감사 인사한 호주 선수들
2029년 대전 인빅터스 게임 이후 상시 전담 조직 구성 필요…확장·연대·회복 구심점 역할 해야
2026-10-26 11:28:24 ㅣ 2026-10-26 11:28:24
지난 24일 호주 퍼스 스카버러 수영장에서 열린 '인빅터스 호주 스포츠 페스티벌' 수영 자유형 200m 계영 경기에 나서 평영을 한 양요안 선수(윗쪽)가 결승선을 불과 10여m 앞두고 역전 당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퍼스(호주)=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옆 레인의 모든 선수가 자유형으로 힘차게 물살을 가를 때, 혼자 평영으로 느리지만 은밀하게 수영을 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습니다. 지난 24일 호주 퍼스 스카버러 수영장에서 열린 '인빅터스 호주 스포츠 페스티벌' 수영 자유형 200m 계영 경기에 나선 양요안(51)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양 선수는 50m 정규 수영장에서 하는 수영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특수부대(HID) 시절 은밀한 침투 수영만 해 봤다고 합니다. 이환경(53) 선수와 호주 선수 2명으로 꾸려진 연합팀은 한때 30m 이상 앞서 나갔지만 양 선수의 예상치 못한 영법에 막판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로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아쉬워할 줄 알았던 호주 선수들이 오히려 고마워했습니다. 한국 팀 덕분에 은메달을 땄다는 겁니다.
 
한국은 수영 출전 신청을 한 선수가 2명뿐이어서 애초에 계영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전날 연습장에서 만난 호주 선수 2명이 함께 출전하자고 제안했고, 주최 측이 이를 받아들여 한·호 연합팀이 즉석에서 꾸려졌습니다. 고마워해야 할 쪽은 오히려 한국 팀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다음 날(25일) 아침 식사 자리에서 감사의 마음으로 준비해 간 한복 입은 인형을 호주 선수들에게 선물했습니다. 호주 선수들은 한국 팀 덕분에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답례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념 패치를 건넸습니다. 메달은 경쟁의 결과였지만 이 장면은 연대의 결과였습니다.
 
호주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레이스를 펼쳤던 이 선수는 "결과와 관계없이 함께 기뻐하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준 호주 참가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세계 상이군인들을 위한 '인빅터스'는 다른 경기대회와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를 이기려고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다"라며 "이기면 기쁘지만, 저도 아쉬운 게 아니라 상대를 더 축하해 주고, 존경을 표하는 그런 대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빅터스 스포츠 페스티벌'은 영국의 해리 왕자가 창시한 상이군인 올림픽 격인 '인빅터스 게임'의 확장판 같은 행사입니다. 이번 대회는 2018년 시드니 인빅터스 게임을 치른 후 레거시 사업을 위해 설립된 '인빅터스 호주'가 주최해 23일부터 25일까지 퍼스에서 열렸습니다. 호주·뉴질랜드·한국의 상이군인 60여 명이 실내조정, 수영, 피클볼, 좌식배구 4종목에서 겨뤘고, 한국은 금 4개, 은 1개, 동 1개를 땄습니다. 이 선수가 수영에서 금메달 3개를, 양 선수와 송치원(53) 선수가 실내조정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선수 8명 전원이 한 팀으로 뛴 좌식배구는 4팀 중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인빅터스 호주 스포츠 페스티벌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장 한태호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복지국장이 '인빅터스 호주' 대표격인 피터 코스그로브 전 호주 총독과 글렌 키스 이사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메달보다 연대…베트남전 전우 반세기 만에 감사패로 연결
 
이번 대회의 목표는 연대와 회복이었습니다. 이런 연대는 대회 기간 한국 선수단을 구성한 대한민국상이군경회와 대회를 주최한 '인빅터스 호주'의 대표자들 사이에서도 이뤄졌습니다. 유을상 회장이 인빅터스 호주의 얼굴 격인 피터 코스그로브 전 호주 총독이 자신과 같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라는 사실을 알고는 선수단을 통해 감사패를 전달한 것입니다. 코스그로브 전 총독은 1969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베트남에서 복무하며 무공훈장을 받았고, 이후 호주군 합참의장과 총독을 지냈습니다. 선수단장 한태호 상이군경회 복지국장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지나 양국의 참전용사들이 이제는 후배 상이군인들의 회복과 도전을 응원하는 연결고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목표는 확장이었습니다. 전 세계 상이군인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열리는 인빅터스 게임 사이에 지역 상이군인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를 만든 것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 상이군인 커뮤니티를 광범위하게 확장하기 위한 축제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입니다. 아시아 최초로 2029년 대전 인빅터스 게임을 유치한 한국은 호주의 바통을 이어받아야 합니다. 인빅터스 게임의 개최가 목표가 되면 대회가 끝나는 순간 동력도 사라집니다. 퍼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인빅터스 게임 이후 개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선명하게 보여 줬습니다. 인빅터스 게임 이후 레거시 사업을 위해 40여 명의 조직으로 꾸려진 '인빅터스 호주'가 지역 스포츠클럽 연계와 회복 경로 마련 등 연중 활동으로 참전용사와 가족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대표팀 구성부터 후원사 유치, 시민 모금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대회와 일상을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인빅터스'가 호주의 상이군인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 상이군경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단장은 "인빅터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이군인 간 국제교류와 스포츠를 통한 회복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며 “2029 대전 인빅터스게임을 계기로 형성되는 국제적 협력과 다양한 경험이 대회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업과 실질적인 복지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전 인빅터스 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우선 과제이겠지만 이후 인빅터스 전담 조직이 상이군경회를 넘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이 함께하는 한국 상이군인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 풀어 가야 할 숙제입니다.
 
'인빅터스'는 중상이 전상자에서 공상 또는 재해부상자로 구성원의 비중이 이동하고 있는 한국 상이군인 커뮤니티에도 전환점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의 상이군인 커뮤니티는 6·25 전쟁과 베트남전 참전을 거치면서 구성됐습니다. 이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체육 활동이 한국 장애인 체육의 효시입니다. 하지만 일반 장애인의 비중이 상이군경을 앞질렀고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장애인 체육이 무게추를 옮기면서 상이군경이 소외받는 현실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상이군경의 재활을 위한 다른 방식의 체육 활동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한 단장도 그동안 중상이자를 중심으로 전문 재활체육을 발전시켜 왔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단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재활체육이 기존 장애인체육의 영역을 넘어 장애의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상이군경의 신체적·심리적 회복과 사회참여, 동료 간 연대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며 "스포츠를 통한 회복이 곧 예우이자 복지의 중요한 영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환경(오른쪽 )선수와 양요안 선수가 25일 호주 퍼스 하이퍼포먼스센터에서 죄식배구 경기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대회 마지막 행사로 25일 오후 8시(현지시간) 황금빛 노을이 물든 스카버러 해변 원형극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에서 만난 한국 선수들은 인빅터스가 큰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유일한 현역 군인이었던 오규식(35·육군 상사) 선수는 "앞으로 저와 같은 현역 심신장애 군인들에게도 재활체육과 인빅터스의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구자성(40) 선수는 "새로운 도전과 회복을 향한 소중한 출발점이 됐다"며 "이번 대회에서 얻은 용기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어제보다 더 성장하고 회복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화윤(47) 선수도 "경쟁보다 포용과 존중이 앞섰던 이번 경험이 앞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힘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용섭(43) 선수는 "처음 접한 실내조정, 피클볼, 좌식배구를 배우며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즐거움을 느꼈다"며 "새로운 운동을 통해 자신감과 삶의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단의 막내 표정호(26) 선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번 대회의 따뜻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겨내겠다"고 했습니다.
 
퍼스(호주)=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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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 호주패스티발에 출전여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상이군경 선수단에게 축하합니다. 또한 2029년에 대전에서 개최되는 인빅터스게임도 잘준비하여 성공적인 축제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회복의 장이되길 기원합니다.

2026-10-26 13:02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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