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한파에 시총 비중 '30%선' 붕괴
넉 달 반 새 양대 그룹 시총 1636조 증발
삼성 비중 2.48%p↑·SK 3.78%p↓ 희비
하이닉스 편중·지배구조 변수 SK 낙폭 확대
2026-10-21 14:37:23 ㅣ 2026-10-21 14:49:3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내 증시 조정과 반도체 투매 여파로 최근 넉 달 반 사이 삼성과 SK 두 그룹의 합산 시가총액이 1600조원 넘게 증발한 가운데, 전체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에서는 두 그룹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동일한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 속에서도 삼성그룹은 시총 비중을 42% 선 가까이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키운 반면, SK그룹은 28% 초반대로 밀려나며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주력주의 주가 변동성 차이와 비반도체 포트폴리오의 기초체력,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및 지배구조 변수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코넥스 시장을 합산한 기업집단별 시가총액 현황에서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합산 시총은 지난 5월 말(6월1일 개장 전 집계) 기준 4345조7199억원에서 전날 종가 2709조2869억원으로 1636조4330억원 감소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전체 대기업 집단 시총에서 두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입니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같은 기간 2397조6328억원에서 1618조2038억원으로 779조4290억원(-32.5%) 줄었으나, 전체 기업집단 시총 내 비중은 39.42%에서 41.90%로 2.48%포인트 확대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SK그룹의 시총은 1948조871억원에서 1091조830억원으로 857조41억원(-44.0%) 급감하며 시총 비중도 32.03%에서 28.25%로 3.78%포인트 줄었습니다.
 
 
 
삼성그룹이 시총 절대 규모의 감소에도 비중을 확대한 일차적 배경으로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상대적 하방 경직성이 꼽힙니다. 상반기 인공지능(AI)·고대역폭메모리(HBM) 랠리 당시 상승폭이 가팔랐던 SK하이닉스는 10월 들어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되며 시총이 급감했습니다. 반면 메모리 단일 업황에 직결된 SK하이닉스와 달리 모바일·가전 등 복합 사업 구조를 갖춘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시총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낙폭을 보였습니다. 전날도 SK그룹이 4.00% 하락할 때 삼성그룹은 2.44% 하락했습니다.
 
그룹 내 비반도체 핵심 계열사들의 시총 방어 역할도 주효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금융 및 지배구조 핵심 계열사들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반도체 부문의 시총 감소분을 완충했습니다. 이에 삼성그룹(-32.5%)은 시장 전체 하락률에 비해서도 선방했습니다. 데이터를 역산하면 전체 기업집단 시총 합계는 5월 말 약 6082조원에서 전날 종가 약 3862조원으로 36.5%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SK그룹(-44%)을 비롯해 현대자동차(-50.1%, 375조→187조원), HD현대(-47.6%, 184조→96조원), 효성(-45.8%, 41조→22조원), 두산(-44.5%, 121조→67조원) 등 주요 그룹들은 시장 평균 이상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SK그룹은 반도체에 편중된 시총 구조가 조정장에서 부담을 키웠습니다. SK하이닉스와 이를 직접 보유한 중간지주사 SK스퀘어, 지배기업 SK까지 반복된 상장 구조에 반도체 투매의 연쇄 작용이 미쳤습니다. 여기에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겹친 점도 수급에 부담을 줬습니다. 지난 8월 이후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인 솔리다임(Solidigm)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이 불거지며 모회사 가치 희석 우려를 낳았습니다.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급증으로 핵심 수익원이 된 자회사를 별도 상장할 경우 글로벌 패시브·액티브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한 데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이를 중복상장으로 보고 회사 측에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심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상승장에서는 HBM 등 단일 핵심 섹터의 폭발력이 그룹 시총을 빠르게 끌어올렸으나, 증시 조정기에는 비반도체 부문의 기초체력과 포트폴리오 분산도가 시총 방어력을 좌우한다"며 "특정 주력사에 시총이 과도하게 편중된 그룹일수록 업황 피크아웃 우려나 지배구조 변수에 시장 수급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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