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2027년 글로벌 철강 수요가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 업체들의 해외 수출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중국 내수 부진이 현지 업체들의 해외 수출, 이른바 ‘밀어내기’로 이어지면서 한국 등 시장에서의 저가 공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소. (사진=뉴시스)
15일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17억5200만톤(t)으로 올해(17억2200만t)보다 약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고금리 기조에 따른 제조업 투자 위축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철강 수요도 부진했지만, 올해 들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AI 수요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서버와 냉각 설비 등이 들어서는 만큼 건물 하중을 견디는 강재와 건물 뼈대를 이루는 H형강, 두께 6밀리미터(mm) 이상의 후판 등 다양한 철강제품이 필요해 업계의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국내 철강업계의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세계 최대 철강 수요처인 중국의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수출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2.0% 감소하고, 내년에는 추가로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중국 철강업계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은 전월보다 49% 증가했고, t당 수입 단가는 647달러로 8월(720달러)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중후판은 선박 건조와 산업설비 등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호황과 맞물려 중국산 제품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무계목강관. (사진=일진제강)
정부 역시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 등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하는 등 기업 보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8일 일진제강이 신청한 중국산 무계목강관(발전·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선 바 있습니다.
기업들은 해외시장을 개척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현지 철강업체 JSW스틸과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인도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주요 수요국들이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관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지생산을 통해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전략입니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심화하고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제도적 보호와 기업의 기술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범용 제품의 스팩은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결국 국내 시장이 (중국산 제품에) 잠식당할 수 있다”며 “반덤핑 관세 조치 등을 확대하는 등 중요 산업을 보호하는 위치에 있어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기업 역시 같은 스펙으로는 원가경쟁력에서 대응할 수 없으니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내엔 업력이 높은 기업이 많은 만큼 노하우를 살린 고부가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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