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갈 곳 없는 유기견 40여마리를 돌보는 그린벨트 보호소가 철거 기로에 섰습니다. 보호소 측은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개들의 거취가 마련될 때까지만 철거를 미뤄줄 것을 호소하지만, 행정은 형평성과 생명 사이에서 답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시 덕양구는 지난 2일 덕양구 오금동 산29-2의 유기견 보호소 '달봉이네'에 개발제한구역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이행 촉구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개들이 생활하는 비닐하우스(철파이프조 160㎡)가 허가 없이 지어진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지난 13일까지 원상복구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4월22일 적발 이후 이어진 행정 절차로, 기한이 지난 지금은 이행강제금 부과와 고발,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경기도 일산시 덕양구 소재 유기견 사설 보호소 달봉이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달봉이네는 20여년 전 은평뉴타운 재개발에서 시작됐습니다. 주민들이 이사하며 버리고 간 개들을 70대 소장이 거두면서 보호소가 됐고, 자리를 옮겨 지금의 그린벨트에 이르렀습니다. 소장은 기초생활수급자인 까닭에 혼자서는 운영이 어려워, 동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가 2012년부터 의료 지원을 시작해 지금은 부지 월세를 지원하며 보호소를 돕고 있습니다.
"위법 인정, 강제금도 내겠다…철거만 유예해 달라"
보호소를 지원해 온 카라는 제출 기한 마지막 날인 13일 보호소를 대신해 덕양구에 의견서를 냈습니다. 위법을 다루자는 게 아니라 새 공간을 찾을 때까지 집행을 유예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카라 관계자는 "철거는 법적으로 피할 수 없다"며 "이행강제금 부과도 거부하는 게 아니고, 모금을 해서라도 낼 의향이 있다. 이전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철거를 한다고 해서 40마리 개들이 갈 곳이 생기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달라는 부탁"이라고 했습니다.
이전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보호소 측 호소입니다. 남은 40여마리는 최근 구조한 2마리를 빼면 모두 10세를 넘긴 노령견입니다. 전부 중성화돼 개체수가 늘지 않고, 한때 180여마리였던 보호 개체는 입양과 노령 사망으로 줄어 지금도 매달 1마리 정도가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오랜 유기 생활로 인해 사람을 경계하는 탓에 일반 가정 입양도 쉽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보호소를 지원하는 카라 자체 시설도 포화 상태라 당장 인수할 공간이 없습니다. 카라 관계자는 "지자체 직영 보호소들도 입지 선정에 몇 년씩 걸린다"며 "40마리를 원활하게 둘 수 있는 장소 자체가 제한적이라 가격까지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의견서에는 노령견들을 생애 마지막까지 돌본 뒤 보호소 운영을 종료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시유지 등 공공부지의 한시 활용이 가능하다면 사용 기간과 관리·복구 조건을 협의해 지키겠다는 제안도 담겼습니다.
최근에는 덕양구가 보호소 인근 무허가 식당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건물에 있던 개 2마리가 산으로 달아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달에 걸쳐 이 개들을 포획해 거둔 곳도 달봉이네였습니다. 철거 행정에서 나온 동물까지 민간 보호소가 맡고 있는 것입니다.
철거 강행하면 노령견 40마리 거취 책임질 주체 없어
덕양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린벨트 내 불법 건축물을 방치하면 최근 인근 무허가 건축물들을 철거한 것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집니다. 그렇다고 철거를 강행하면 40여마리의 거취를 책임질 주체가 없습니다.
유기동물 보호는 법상 지자체 책무이지만, 고양시가 이 개들을 모두 수용할 여력이 있는지는 별개 문제입니다.
카라 관계자는 "이 개들을 안락사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면 곧바로 사회문제가 된다"며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함께 풀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 대구 한나네 보호소가 가축분뇨법상 사용중지 명령으로 폐쇄 위기에 놓이자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대구 동구청이 협의해 명령을 취소하고 행정지도로 풀어낸 적이 있습니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의결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도 농지 위 기존 민간 동물보호시설이 요건을 갖추면 신고를 수리하는 특례가 담겼습니다.
다만 두 사례 모두 그린벨트에 직접 적용되는 근거는 아니어서, 결국 남는 것은 고양시와 덕양구의 행정 재량입니다. 보호소 측은 의견서 제출 이후 덕양구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라 관계자는 "이전 계획서를 제출하고 부지 탐색 경과도 공유하겠다"며 "이전 노력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갑작스러운 강제 철거는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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