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엔비디아가 석 달 만에 133조원을 벌어들이며 시장의 예상을 또 넘어섰습니다. 13개 분기 연속 최대 매출을 갈아치운 데 이어 내년에도 70% 성장을 예고하면서 AI 투자 둔화 우려를 밀어냈습니다. 메모리를 비롯한 공급망 병목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출하까지 시작되면서 K반도체도 순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각) 2027 회계연도 2분기(2026년 5~7월) 매출은 962억달러(약 133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106%, 전 분기보다 18%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인 약 920억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분기 매출은 2024 회계연도 2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08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실적 성장은 데이터센터 사업이 이끌었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7% 증가해 전체 매출의 92.5%를 차지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487억달러로 102% 늘었고, 코어위브와 같은 AI 전용 클라우드 사업자인 네오클라우드와 각국 정부·일반 기업 대상 매출도 403억달러로 138% 증가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 토큰은 생산적이고 수익성이 높으며 이제는 연산이 곧 매출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새로운 AI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는 황금기를 맞이했다”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든 베라 루빈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개발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은 이달 출하를 시작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의 약 20%가 베라 루빈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베라 루빈에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탑재됩니다.
SK하이닉스(000660)는 HBM4 양산에 들어갔고
삼성전자(005930)도 지난 2월 양산 출하를 시작한 뒤 공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랐고 내년에는 더 상승할 것”이라며 “세 곳의 주요 메모리 공급업체와 오랜 기간 깊은 관계를 맺어왔으며 필요한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메모리를 비롯한 공급망 병목이 적어도 2028 회계연도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엔비디아에는 원가 부담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판매가격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75%인 매출총이익률이 2027 회계연도 3분기 74%로 낮아진 뒤 4분기 71~7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크레스 CFO는 메모리 부족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HBM과 서버용 D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레스 CFO는 국가별 AI 인프라 확대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의 LG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와 함께 AI를 구축하고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황 CEO는 “지난해 가장 재미있었던 일 중 하나는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저녁을 먹을지 알아보는 것이었다”며 “그러면 그 회사 주가가 다음 날 두 배가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방한 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등을 만난 뒤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로 1080억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전망대로라면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달러를 넘어섭니다. 2028 회계연도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7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 둔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은 AI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GPU를 뒷받침하는 HBM 등 메모리 수요도 탄탄한 데다 장기계약 물량도 있어 내년과 내후년까지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엔비디아 실적은 HBM, D램 등 메모리 수요 가시성 및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준 만큼 한동안 불안감이 높았던 주도주인 반도체의 투자심리는 호전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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