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놓고 공수 뒤바뀐 여야…'용산공원'도 화약고
'녹지 보존' 힘쓰던 진보 정권서…"그린벨트 풀자" '돌변'
오세훈 "용산공원 훼손,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 안 돼"
2026-08-18 18:12:37 2026-08-18 18:20:32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주택 공급 확대를 둘러싸고 여야의 '공수'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과거 보수 정권의 개발 정책을 비판하며 '녹지 보존'을 전면에 내세웠던 진보 진영이 집값 안정을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용산공원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반면 과거 규제 완화에 적극적이었던 보수 진영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정부·여당의 공급 드라이브가 역설적으로 진보 정권의 오래된 원칙을 허무는 화약고가 된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본회의 처리 앞…'용산공원특별법' 딜레마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을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국토위원들과 국토부는 본회의 하루 전인 19일 당·정 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 정책과 함께 용산공원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19일 국토위와 국토부 당·정 협의가 있는 것이 맞다"며 "용산공원특별법 논의는 공급 대책 논의하는 와중에 이야기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용산공원조성특별법 개정안은 미군 반환 부지 중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고밀도 개발을 가능하게 하도록 공원 및 녹지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기존 법안이 '생태 공원 조성'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극심한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유휴 부지의 용적률을 대폭 끌어올려 도심 주택 공급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법 개정으로 용산공원 개발의 물꼬를 트겠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특히 용산공원 내 어린이공원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택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정원 부지만 활용하더라도 개발 밀도에 따라 최소 5000가구에서 1만가구 안팎의 주택 공급이 가능합니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한 소형 고밀개발을 진행할 경우 공급 규모는 더욱 늘어납니다.
 
여당은 도심 내 획기적인 주택 공급 확대를 목표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본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주택 공급을 뒷받침할 입법"이라며 "지난해 발표한 9·7 공급 대책의 후속 법안들이 1년 가까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재촉하기도 했습니다.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 직접 "그린벨트 해제"…국민의힘, 사실상 제동 
 
여권의 기대와 다르게 용산공원이 정부 공급 정책의 딜레마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노무현정부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을 마련하며 미군 부대로 이용되던 부지를 국민의 여가 휴식 공간과 자연생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걸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이어 공원 주변의 흩어진 땅은 개발하더라도 공원 자체는 절대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곳을 개발할 경우 20년간 유지해 온 원칙을 스스로 허무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녹지 보존을 위해 용산공원 개발에 반대합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국무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오 시장은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만큼은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적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언질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답했습니다.
 
비단 용산공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재명정부는 그간 진보 정권과 달리 그린벨트 제한 해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많이 짓는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수도권의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간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기보다 유휴 택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잇단 규제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집값을 잡지 못한 결과, 과거 진보 정권이 지켜온 녹지 보존 원칙과 배치되는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하는 정책적 모순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그린벨트 개발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남에서 "최소한의 녹지는 유지·보존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최소한 의무"라며 "어린이의 공간을 빼앗아 그곳에 빌딩 숲을 만드는 것은 맞지 않고 미래세대를 위한 도리도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에 힘쓴 것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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