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결정된 게 없다"는 중수청 설명회…검찰선 '불안·혼란'만
중수청 임용 설명회, 일주일간 진행…다수 인원 몰려
'승진 방식', '이원화 구조' 우려에도 "정해진 것 없다"
중수청 출범 50여일 앞두고 '청장 공석' 우려도 나와
전문가 "중수청, 완결된 형태로 출범하기 쉽잖을 것"
2026-08-12 17:55:39 2026-08-12 18:04:19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지난 5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검찰청에서 진행된 '중대범죄수사청 임용 설명회'가 12일 제주지검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대상으로 '진로 결정'에 관한 속시원한 설명 자리가 될 걸로 기대됐지만, 검찰선 되레 불안과 혼란만 더 커졌다는 평가입니다. '중수청 개청 준비단'(이하 준비단)이 승진·인사 등 핵심 현안마다 "결정된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해서입니다. 
 
준비단의 임용 설명회는 지난 5일 부산고·지검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전국 25개 검찰청에서 진행됐습니다. 설명회엔 폭발적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일주일 남짓 검사 260여명, 검찰 수사관 2810여명 등 3070여명(11일 기준)이 참석한 걸로 집계됐는데, 지난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 수사관 상대 설명회에선 자리가 부족해 의자를 추가로 배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당시 준비단의 설명은 40분 만에 끝났지만, 질의응답 1시간30분가량 이어졌을 정도입니다. 
 
지난 11일 행정안전부 중대범죄수사청 임용 설명회가 열린 서울고검에서 검찰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준비단의 '준비'는 관심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더 부추긴 모양새입니다.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승진'과 '직제'였습니다. 한 수사관은 준비단에 "(기존 검사와 수사관은) 정년 차이가 있으니 언젠가는 중수청에서도 승진 적체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며 "향후 승진 인사를 할 때 중수청 전체를 대상으로 승진 인사를 하는지, 지역 중수청별로 분리해 인사를 하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돌아오는 답변은 "정해진 게 없다"였습니다. 준비단 측은 "상반기 인사를 할 때 지방청별로 할지 여부는 정해진 게 없다"며 "새롭게 꾸려지는 인사팀에서 중수청장님의 방침을 받고 의견 수렴을 거쳐 해야 하는데, 어떤 부분까지 지방 중수청장에게 위임할지 부분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답한 겁니다.
 
수사관들은 검사와 함께 중수청에 갔다가 들러리가 되는 건 아닌지도 우려했으나, 준비단은 또 "정해진 건 없다"라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현재 중수청 임용을 희망하는 검사나 고위직 수사관의 규모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중수청은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 여파로 성범죄·스토킹·아동·장애인·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에 관한 7대 범죄의 보완수사를 전담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향후 얼마나 업무를 담당할지도 가늠이 불가능합니다. 
 
준비단 관계자는 "사회적 약자 범죄 보완수사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되지 않는 상황으로, 급하게 직제를 만들었다"며 "중대범죄 수사를 얼마나 이관할지도 (경찰과) 협의 중이고, 이의신청 사건은 어떻게 할 건지도 수사준칙 등 관련 법령, 중수청법 개정이 다 되고 난 뒤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오는 10월2일 중수청 출범 시점에 맞춰 중수청장이 임명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중수청장 임용 시기를 묻는 질문에 준비단 관계자도 "개청 전에 올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도 "후보추천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 예측할 수 없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으니 말 다한 셈입니다.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선 준비단 스스로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준비단 관계자는 "중수청이나 공소청 분리가 늦어지다 보니 예산 편성 어려웠다"며 "기획재정부는 검찰청 인력·예산 분리 자료를 요청하지만, 검찰청 측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라 협의 자료가 부족했다"고 했습니다.
 
검사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수청 개청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는 온전히 일선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돌아갈 판입니다.
 
5년 이상 수사 업무를 해온 한 검찰 수사관은 "기존에는 한 검찰청에서 5년 근무 후 승진하면 다른 청으로 이동하는 구조였는데, 중수청으로 가면 갑자기 주말부부가 될지도 모를 상황"이라며 "중수청 이전에 따른 혜택도 전부 미정이라고 하니 수사관 대부분이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소청 직제가 나와야 진로를 비교·결정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괜히 공소청에 남았다가 수사 기능 축소로 타 직렬로 전출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는 "주변에서 중수청에 가겠다는 검사는 들어보지 못했다. 가더라도 개업을 앞둔 사람들 정도가 지원하지 않을까"라고 했고, 다른 검사는 "설명회에선 중수청 비전이나 공소청 향방 등 진로 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한 검사는 "검사를 하고 싶어서 검사가 됐는데, 수사관으로 명칭이 바뀌는 것 자체가 원치 않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최근 퇴직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남은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수청에 가는 것에 회의적"이라며 "검사는 사법기관으로서 수사에 책임을 지고 판단하는 일을 했는데, 기존과 동일한 대우를 해준다고 해도 수사관으로 직렬을 바꿔 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중수청장 선임과 조직 틀 완성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법)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중수청장"이라며 "청장을 빨리 임명하고, 예산과 직제가 확정돼야 인력 이관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가동과 청장 인사청문회 절차까지 감안하면 이미 준비가 시작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중수청이 완결된 형태로 출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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