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코레일 일부 승무사업소에서 기관사 부족을 이유로 기존 기관사의 휴일 근무를 늘리고 연차 사용까지 제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부족한 운행 인력을 휴일 근무와 연차 제한으로 메우는 방식이 기관사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체인력 부족에 연차 40% 제한…휴일 기관사까지 투입
1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코레일 일부 승무사업소는 부족한 운행 인력을 메우기 위해 기존 기관사의 연차 사용을 제한하고 휴일 근무를 늘렸습니다. 한국철도노동조합이 지난해 기관사·부기관사·KTX 기장 등 운전승무원 67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3%가 원하는 날 연차를 쓰지 못하고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연차 제한은 여러 승무사업소에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성북승무사업소와 부산고속철도기관차승무사업소에서도 기관사들이 원하는 날 연차를 쓰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철도노조가 구체적인 연차 신청·사용 내역을 파악한 성북승무사업소에서는 지난달 승무원들이 신청한 연차 159건 가운데 64건을 원하는 날 쓰지 못했습니다. 신청한 연차 10건 중 4건꼴입니다.
지난달 15일에는 사업소가 운행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관사 5명의 연차를 구두로 취소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기관사는 약 12일 전에 연차를 신청했지만 휴가를 이틀 앞두고 대체 승무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업소는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날짜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기관사 5명의 연차를 취소한 뒤에도 운행 인력은 부족했습니다. 당시 담당 기관사를 배정하지 못한 열차가 6건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에 병가로 추가 공백이 생기자 휴일이던 기관사들이 대신 근무했습니다.
연차를 취소하는 과정에서는 사용 시기를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절차도 밟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기관사는 사업소 관리자에게 변경 내용과 사유를 서면으로 통보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자는 "공식적인 시기 변경 절차를 밟으면 사안이 본사로 넘어가 사업소의 결정권이 없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거절했습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이미 승인받은 연차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여행이나 개인 일정을 잡아둔 기관사들이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피해도 있었다"며 "사용 시기를 바꾸는 것이라면 최소한 그 사실과 이유를 공식적으로 남겨야 하는데 대부분 구두로 취소를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관사 12명 부족…신규 채용해도 단독승무까지 8~10개월
사업소가 연차를 제한하고 휴일 근무를 늘린 건 기관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성북승무사업소의 기관사 정원은 136명이지만 현재 근무하는 기관사는 124명으로, 정원보다 12명이 적습니다. 실무 수습 중인 정규직 9명과 인턴 18명도 근무하고 있지만 아직 혼자 열차를 운전하지 못합니다.
신규 기관사를 채용해도 당장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단독 승무 발령자를 기준으로 신규 기관사가 인턴 기간과 교육·실습을 마치고 혼자 열차를 운전하기까지 8~10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코레일이 퇴직이나 전보로 빠질 인원을 미리 충원하지 않으면 그동안 기존 기관사의 근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관사는 하루 근무시간이 길어 휴일 근무가 추가될수록 전체 근무시간도 빠르게 늘어납니다. 한 기관사는 "31일인 달에는 정해진 근무만 해도 한 달에 최대 170시간대까지 일한다"며 "휴일에 한 번 출근하면 보통 11시간을 더 일하는데, 이런 휴일 근무가 한 달에 3~4차례 추가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휴일 근무를 4차례 하면 한 달 근무시간이 211시간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휴일 근무가 계획 근무 사이에 들어가면 특정 주의 근무시간은 법정 상한인 주 52시간에 가까워집니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휴일 근무를 늘릴수록 기관사가 쉴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근무 부담을 줄이려면 사업소별로 필요한 인력을 정확히 산정해 충원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각 사업소에 필요한 인원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안정적으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이 휴가와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아야 열차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허가받은 휴가까지 취소되는 상황이라면 그만큼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연차 취소를 구두로 처리해 기록이 남지 않으면 적정 인원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통계도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코레일에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퇴직자 발생 시기에 맞춰 신규 기관사를 배치했지만 일부 소속에서는 업무 투입 시기가 일치하지 않았다"며 "가용 가능한 대체 인력을 적극 지원해 연차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연차뿐 아니라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등이 늘면서 대체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오는 11월까지 적정 인력 산정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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