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가 '도시철도 1호선'(트램)의 공사 재개 시한을 눈앞에 두고, 계약 해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은 민선 8기에서 추진됐는데, 사업의 최종 행정절차가 완료되기 전에 계약이 선행된 탓에 울산시가 향후 사업을 조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입니다. 이에 김상욱 시장은 사업을 '행정적으로 중단시킬' 방법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27일 오전 주요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트램 관련 대응 회의를 열고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 실시 계획 승인과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행정적으로 사업을 정지하거나 재검증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트램 본계약이 실시 계획 수립이나 환경영향평가보다 먼저 체결된 점을 지적, 계약에 불공정 요소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라는 겁니다.
신민식 울산시 경제부시장도 이날 회의에서 "트램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됐다"며 "턴키 방식의 특성상 계약 상대방에게 일정한 권리가 부여될 수밖에 없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례는 계약 상대방에게 상당히 유리한 계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시장은 트램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더는 계속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주 안에 사업 중단 여부를 명확히 정리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는 "중단이 가능하다면 그 이유와 근거, 향후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만약 중단할 수 없다면 계속해야 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부들에게 책임 있는 대응을 강력히 요청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27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주요 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도시철도 1호선'(트램) 관련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 시장은 그동안 6·3 지방선거, 당선인 인수위원회 등에서 트램 수요와 총사업비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시민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이는 교통 혼잡 심화와 공사비 증가, 개통 이후 운영 적자 등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공론화를 위한 수요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엔 약 9~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문제는 이미 일부 공사가 발주된 상황이어서 재조사 등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고, 손해배상 책임 없이는 계약 해지도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시공을 맡은 한신공영은 지난 4월20일 우선시공분 공사를 11억320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본공사에 앞서 지반을 보강하고 가설시설물을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이보다 앞선 지난 3월5일 울산시와 634억원 규모의 차량 제작 계약을 체결하고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울산시는 공사와 차량 제작을 일시 중지한 상태입니다. 한신공영과 현대로템은 울산시 요청에 따라 각각 지난 2일과 지난달 19일부터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계약상 추가 비용 없이 중지할 수 있는 기간은 60일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울산시가 지연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두 계약을 합한 월별 추가 비용은 약 2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날 기준으로 무상 중지 가능 기간은 한신공영이 35일, 현대로템이 22일 각각 남아 있습니다.
김 시장은 최근 두 업체와 만나 계약 해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울산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보상 없이 계약 해지나 장기 중지를 수용하면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책 변경에 따라 이미 체결된 사업을 재검토하는 건 전례가 없어 당혹스럽다"며 "귀책사유가 계약 상대방에게 있는 게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계약 해지를 논할 수는 없다. 울산시가 당초 계약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울산 트램 1호선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85㎞를 잇는 수소전기트램 사업입니다. 2029년 말 개통이 목표입니다. 민선 8기 때 추진됐으며, 총사업비는 3814억원입니다. 전체 사업비 가운데 건설공사비로 책정된 금액은 2717억원입니다. 당시 울산시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으로 한신공영 컨소시엄을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했고, 현대로템과는 수소전기트램 9편성을 제작·납품하는 634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울산시는 트램이 설치될 경우 공업탑로터리에서 울산대공원 정문까지 1.1㎞ 구간의 차량 통행 속도가 현재 시속 13.7~22㎞에서 최저 시속 4.8㎞까지 떨어질 걸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3814억원으로 책정된 총사업비도 실제 공사 과정에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기존 도심의 도로를 굴착하는 공사 특성상 지장물 이설과 교통처리 대책,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개통 이후 운영 적자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울산시 내부 분석에 따르면, 연간 운영비는 약 196억원, 운임 수입은 82억원으로 매년 약 114억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전망입니다.
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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