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보국 후계자들)②100돌 맞은 유한양행…차기 대표 승계 절차 본격화
김열홍 사장 및 이병만·유재천 부사장 후보 거론…9월 확정 전망
2026-07-09 17:34:45 2026-07-09 17:45:3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부의 주가 부양책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 가운데, 제약바이오 섹터는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안팎에서는 그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시장의 신뢰 상실을 꼽습니다. 특히 창업주의 '제약보국' 정신을 내세우며 2세를 넘어 3세로 이어지는 총수 일가의 세습 경영은 그간 경영 능력에 대한 엄밀한 사회적 검증 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에 본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실태와 승계 과정을 냉정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또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지닌 한계와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미래가치에 기반한 투자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의 차기 대표 선임을 앞두고 안팎의 관심이 높습니다. 오는 2027년 3월15일 임기를 마치는 조욱제 대표의 후임자는 연내 낙점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차기 대표로는 김열홍 R&D 총괄사장과 이병만 부사장(경영관리본부장), 유재천 부사장(약품사업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2023년 사장직으로 영입된 바 있습니다. 이 부사장과 유 부사장은 유한양행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정통 유한맨'들입니다.
 
유한양행은 서울 대방동 윌로우하우스 윌로우파크에서 100주년 타임캡슐 봉인식을 진행했다고 1일 전했다. 사진은 봉인식에 참석한 유한양행의 이정희 이사회 의장(왼쪽 여섯번째), 조욱제 대표이사(왼쪽 일곱번째), 김열홍 R&D 총괄사장(왼쪽 아홉번째). (사진=유한양행)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에 따르면, 회사는 최고경영자 선임 약 2~4년 전부터 이사회 결의를 통해 후보군을 부사장으로 선임하고, 주주총회 6개월 전에 후보자 1명을 확정하며 확정된 자를 총괄부사장 등으로 임명해 승계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조욱제 대표 임기 종료를 감안하면 오는 9월까지는 총괄부사장이나 차기 대표이사가 정해져야 합니다. 차기 대표는 차기 회장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규상으로 회장이 될 수 있는 인사는 전임 대표나 연임 이력이 있는 대표가 아니라, 초임 현직 대표입니다. 
 
주인없는 기업에서 공석으로 남은 '회장' 자리 
 
1926년 유한양행을 창업한 고 유일한 박사는 생전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는 어록을 남긴 바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창업주의 발언을 점진적으로 이뤄왔습니다. 1969년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해 조권순 제12대 대표이사 사장부터 적용했습니다. 회사는 "회사에 개인 소유주가 없으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채택해 1969년 이후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올랐다"며 "전문경영인인 대표이사는 6년을 초과해 연임할 수 없도록 임원의 처우에 관한 규정에 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문구로만 머물지 않고 지켜지는 중입니다. 2009~2015년 제18·19대 대표를 지낸 김윤섭 전 대표 재임 당시 매출 1조100억원을 돌파했지만, 2015년 3월2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났습니다. 이후 이정희 이사회 의장도 2015~2021년 대표를 지냈고, 조욱제 현 대표 임기도 2021년부터 오는 2027년 3월15일까지입니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주인 없는 회사' 체제를 유지해 온 바 있습니다. 유일한 박사, 연만희 고문 2명만 회장을 지낼 정도입니다. 연 전 고문이 1996년 회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하지 않았습니다. 또 공익법인 중심의 지분 구조도 눈에 띕니다. 지난해 말 회사 지분 중 36.0%는 공익법인 몫이었습니다.
 
지난해 말 유한양행 지분 중 36.0%는 공익법인 몫이었다. 이미지는 유한양행 지분율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런데 2024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는 정관을 변경해 회장직과 부회장직을 부활시켰습니다.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까지 나서 "할아버지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것은 할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라고 발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정관 변경 안건은 95% 찬성률로 가결됐지만, 안팎의 반발 이후 여전히 회장직과 부회장직은 공석입니다. 주총 이후에는 회장 자격을 '초임 현직 대표'로 한정하는 내규가 만들어졌습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회사가 점점 더 규모가 커지면 예를 들어 영업 부문이나 마케팅 부문 등에 사장들이 많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라며 "그분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해서 당시에 회장직 부활을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환경 변화 와중에 리더십을 굳히고, 올바른 경영 활동을 하기 위해서 회장직이 필요할 수 있다"라며 "효율적인 경영 활동을 위해 조직을 바꾸는 것은 대다수의 주주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지분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체제를 잘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지배구조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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