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증언)④'한-베 수교' 34년의 그늘…'민간인 학살', 베트남은 주시·한국은 난색
한국 정부, 베트남전 '진실규명 촉구' 청원에 1년 넘게 침묵
1·2심 국가배상 책임 인정에도…정부는 '대법원 상고' 유지
베트남 "한국 정부, '전쟁 상처' 극복할 실질적 조치 취해야"
2026-07-06 16:58:25 2026-07-06 17:16:18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베트남 정부가 사과를 원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관해 반복해 온 설명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사과를 원하지 않으니 굳이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1992년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이후 양국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기조 아래 관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정부가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지금도 한국 정부를 향해 "진실을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과의 교류를 위해 침묵했던 베트남 정부 역시 최근 들어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1만 시민 청원 제출 1주년' 기자회견 대통령실 관계자가 시민사회 공동성명서와 두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메세지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피해자들 "이재명정부에선 달라질 줄 알았는데"
 
지난달 23일은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이재명정부에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진실규명 촉구 청원'을 제출한 지 1년이 지난 날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1년째 이 청원에 대해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표 시절,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새 정부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생존 피해자들도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하미 마을 학살 생존자인 응우옌티탄(A)씨는 "새 정부 취임 후 희망을 품었으나 1년이 지나도록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실망했다"며 "한국 정부가 진실을 인정해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퐁니 마을 학살 피해 생존자 응우옌티탄(B)씨 역시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진실이 인정되는 것을 보고, 한국 정부와 국방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듣는 것이 제 유일한 바람"이라며 "여전히 대통령님께서 양심에 따라 옳은 일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진실을 인정하고, 우리 피해자들에게 사과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대통령실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다만 베트남전 학살 관련 법원의 판결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앞서 한국 법원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비무장 민간인 70여명을 학살한 사건과 관련해 1·2심 모두 한국 정부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 대한민국은 이에 불복해 상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간 법무부 역시 기계적 법리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상고 이유에 대해 "확립된 선례가 없는 사건의 법리 및 사실관계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외국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함에 있어 상호보증주의 원칙은 국가 간 법률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라고 서면 답변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1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베트남 "과거 딛고 미래 보지만…진실 부정하는 건 아냐"
 
베트남 정부는 최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에 관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침묵하던 태도에서 결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베트남 정부는 퐁니 마을 사건 1심 선고일인 2023년 2월7일 "퐁니·퐁넛 학살은 20세기 말 외국 군대가 베트남 국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많은 학살 중 하나"라며 "한국의 판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해 3월 한국 정부가 항소를 했을 땐 "한국 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항소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베트남은 과거를 딛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옹호하지만, 그것이 진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2024년 1월 한국 정부의 상고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전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주길 요청한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주시와 한국의 난색을 국가 간의 외교 마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윤충로 동국대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 연구초빙교수는 "베트남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이제 역사적 진실 규명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 문제는 국가 대 국가의 외교 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짚었습니다. 
 
윤 교수는 이어 "앞선 판결은 한국의 시민사회와 베트남의 피해자 사회가 수십 년간 이어온 '풀뿌리 연대'의 결실"이라며 "피해자가 한국 법원에 스스로 문을 두드리고, 그 아래로부터의 호소를 국가 공식 기구인 사법부가 인정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대표 변호사 역시 "베트남 정부가 사과를 거부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피해자들은 정부가 이제라도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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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가 3부로 끝난 줄 알았는데.ㅎ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한일협정시 배상금 지급으로 과거역사는 끝났다는 일본의 입장과 다름이 없어 보이네요. 우리 정부의 진정성있는 사과와 화해를 촉구합니다.

2026-07-07 10:08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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