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전례없는 증시 호황이 이어지는 속에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민은 되레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형사 중심으로 자본이 몰리면서 업권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풍요 속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일부 증권사들은 수장 교체를 발판삼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려 합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최광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사장)로 선임했습니다. 1992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최 신임 대표는 투자금융부장, 기업투자금융(CIB) 그룹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후 경영총괄(COO) 부사장을 역임하면서는 은행-증권 시너지 사업 추진과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서의 역할 확대 전략 수립을 주도해왔습니다.
최광진 IBK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 사장. (사진=IBK투자증권)
이 같은 이력에서 보듯 최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도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국책 계열 증권사이자 IBK금융그룹의 DNA를 살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지속 확대하고, 중기 정책금융의 대표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믿음직한 자본시장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입니다.
지난 1일 코스닥 출범 30주년 기념식 행사장에서도 기자와 만나 "중소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겠다"면서 "IPO(기업공개) 쪽도 신경쓰려 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요즘 업황은 좋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라 투자를 대폭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아쉬움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중소형사의 특장점을 살리는 전략에 주력하려 한다"며 "많이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신영증권은 6개월만에 각자대표 체제를 다시 도입했습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김대일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인데요. 지난 1월 황성엽 전 사장이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금정호 대표 단독 체제로 변경했던 것을 반년 만에 되돌렸습니다.
기존 금정호 대표는 기업금융(IB) 부문을, 신임 김대일 대표는 자산관리(WM)·고객솔루션 부문을 총괄합니다. 2006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주로 IB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금 대표와 28년째 신영맨으로 WM 업무리 주력해 온 김 대표가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신영증권은 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신탁 사업 역량을 강화하려 하는데요. 국내 증권사들이 2020년대 이후 패밀리오피스 경쟁에 발을 들인 것과 달리 2012년 'APEX 패밀리오피스'를 출범해 일찍부터 가업승계, 상속설계 등 서비스를 해왔던 강점을 더 키우겠다는 겁니다. 김대일 대표가 헤리티지신탁 업무를 장기간 맡아온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 외에도 지난해 9월 '30년 한화맨' 장병호 대표를 선임한 한화투자증권은 '디지털에셋 전문 증권사'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습니다. 기존 증권 업무의 디지털화를 넘어 전통 자산과 디지털자산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구상입니다. 주식·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과 토큰증권(STO)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디지털자산을 거래·관리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사업자인 두나무 지분 9.84%도 보유해 3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LS증권은 지난 3월 홍원식 전 하이투자증권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습니다. LS증권의 전신인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재직하며 수익성 회복과 외형 성장을 함께 이끌었던 홍 대표를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들도 업황 호조에 따른 외형 성장은 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대형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자본의 규모 차이로 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가 명확한데 동일한 규제로 묶이는 것은 양극화를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대형사들의 관심이 적은 틈새를 공략하는 것 만이 생존 방식"이라며 "신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각 사의 고심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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