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만들어야 대출 유리?…신혼부부·자영업자 울리는 '꺾기'
2026-06-30 15:41:14 2026-06-30 16:09:33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자금 사정이 절박한 신혼부부나 자영업자 등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카드 발급이나 보험 가입 등 추가 금융상품 가입을 요구받았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출 승인 여부나 금리·한도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식의 안내를 받는 등 이른바 '꺾기' 관행이 다시 활개를 치는 양상입니다.
 
"대출 절박한데 타 상품 가입 압박"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결혼을 앞둔 A씨는 최근 신혼부부 대출을 받기 위해 한 은행을 찾았습니다. 주택 마련 자금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은 대출 승인 가능성을 높이려면 카드 발급이나 보험 가입 등 금융상품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안내를 했습니다.
 
A씨는 "가입하면 우대를 해준다는 설명도 아니었고, 가입하지 않으면 대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출이 급한 상황이라 거절하기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옵니다. 한 자영업자는 "사업자 대출을 상담받으러 갔는데 이미 주거래 통장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별도로 카드를 발급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대출 승인을 위한 필수 조건처럼 설명해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인 줄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금융회사가 대출 등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카드 등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함께 요구하거나 사실상 강요하는 행위를 업계에선 '꺾기'라고 부릅니다.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행위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대출성 상품 계약 체결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다른 금융상품 계약 체결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특히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경우 '꺾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를 발급해야 대출이 가능하다", "보험에 가입해야 대출 승인이 난다"는 식으로 안내하거나, 가입 여부가 대출 승인·금리·한도 조건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 불법 소지가 있습니다.
 
다만 금융사가 카드나 보험 등 부가상품을 단순 안내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가입 여부를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하지만 대출을 빌미로 가입을 압박하거나 거절 시 불이익을 암시하는 경우 문제가 됩니다.
 
특히 최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주택 마련을 앞둔 신혼부부나 자금 확보가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대출 자체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금융사의 안내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최근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 창구 앞 대기 현상이나 이른바 대출 오픈런까지 나타나는 등 대출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를 악용한 영업 관행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과정이 모두 가입 강요로 비춰지는 것은 부담"이라며 "다만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상품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안내 기준을 더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절박함' 악용 막는다…당국 점검 강화
 
금융상품 가입 유도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감독·검사를 강화하고, 필요시 '미스터리 쇼핑' 등을 활용해 금융사의 영업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원칙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방침입니다.
 
미스터리 쇼핑은 조사원이 일반 소비자인 것처럼 금융사 영업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대출 상담 과정에서 금융상품 가입을 어떻게 안내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데 활용됩니다. 대출 과정에서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대출 조건처럼 설명하는 행위, 가입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는 것처럼 안내하는 행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영업 방식 등을 점검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평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금융정책과 서민·청년금융, 금융범죄 예방 등 소비자 보호 관련 정책을 평가할 계획입니다. 위원회는 민관합동 협의체로 운영되며 금융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호 정책이 마련됐는지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요구받았다면 소비자는 이를 거절할 수 있으며, 실제 대출 조건으로 안내받았거나 가입 거부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꺾기 관행은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잘못된 행위로, 과거에도 대출을 받으면 예금이나 적금 가입을 요구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면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신고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금융기관 내부에서도 영업점 단위의 관리와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교수는 "특히 금융기관은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 발생 여부를 내부 평가나 관리 체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행위는 금융기관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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