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6월 25일 18:4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BBB' 등급 이하 채권 금리는 한 달 새 일제히 뛰어오르며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가 최대 507bp까지 확대됐다. 이달 회사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자금 조달 길이 막힌 비우량채 발행 기업들은 계열사 지원이나 담보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하반기 회사채 만기 도래 규모가 26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유동성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들은 크레딧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우량채 금리 급등에 자금 조달 길 막혔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사태 이후 'BBB' 등급 이하의 비우량채 금리는 단기간 급등하고 있다. 지난 5월22일 기준 BBB+의 금리는 7.70%이었으나 지난 14일 7.80%로 한 달 만에 0.1%포인트 뛰어올랐다. BBB는 8.87%, BBB-는 10.23%로 동기간 0.11%포인트, 0.1%포인트씩 상승했다. 이미 높은 수준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며, 투자자들이 비우량채에 대한 신용위험을 꺼리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시장 투자심리 악화를 보여주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크게 확대됐다. 지난 24일 기준 국고채 2년물과 'BBB+' 2년물의 금리 스프레드는 357bp에 달한다. 'A-' 2년물 금리 스프레드가 151bp인 점을 고려하면 2배 이상 급격히 뛴 것이다. 'BBB' 2년물과 3년물의 국고채 대비 스프레드는 각각 451bp, 507bp에 달했다. BBB- 금리는 2·3년물 모두 10% 이상을 기록했다.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은 비우량채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과거에는 높은 쿠폰 금리가 비우량채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금리보다 회수 가능성이 우선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정책금융성 대안으로는 신용보증기금의 P-CBO가 거론되지만, 재무상태가 이미 악화된 기업은 편입 심사와 한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다만 정부는 중소·중견기업 자금조달 지원을 명목으로 매년 수조원 규모의 P-CBO를 발행하고 있지만, 정작 BBB급 기업들은 이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보 P-CBO는 재무 상태가 악화된 부실 기업에 대해선 적격성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등급 하향 기업 차환 부담 확대…주주 지원에도 한계
비우량채들은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면서 계열사 지원이나 은행 담보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이런 조달 경로조차 어려운 기업들은 확실한 유동성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오는 하반기 크레딧 시장에서 퇴출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천NCC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BBB+'로 강등되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의 자급률 상승 및 대규모 설비증설 등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1조15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하고 영업손실 역시 242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초 만기 도래한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여천NCC를 현물출자한
한화솔루션(009830)과 DL케미칼 양 주주사들의 신용보강을 통해 자산담보대출(ABL) 차입금으로 차환했다. 다만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제79회(300억원) 및 제80회(100억원) 회사채의 강제 조기상환 조건(신용등급 BBB+ 이하)이 충족되어 유동성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기업 자금줄이 되어주었던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역시 연간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어 추가 자금 지원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기업 그룹이란 울타리 없이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중견 기업들도 좋지 않다. 에어컨 제조업체 오텍캐리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오텍(067170)은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로 유지됐지만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며 추가 하향 가능성이 커졌다. 주력 사업인 냉난방·공조기기 부문을 중심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며 4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630억원으로 전년(1770억원)보다 감소했으며, 매출액과 맞먹는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가 반영되며 분기 영업이익도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종합 농기계 업체
대동(000490)도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락했다. 판매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과 딜러 지원 부담, 모빌리티 공장 가동 및 AI농기계·로보틱스 등 신사업 관련 고정비가 지속되면서 2년간 당기순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6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51.9%에서 올해 3월 말 263.9%로 상승했다. 총 차입금이 1조원대로 올라서며 차입금의존도도 45.3%로 전년 말 대비 0.2%포인트 상승해 유동성 부담이 큰 상황이다.
오는 하반기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총 26조8519억원에 이른다. △7월 5조4116억원 △8월 2조8286억원 △9월 7조4162억원 △10월 6조733억원 △11월 3조4675억원 △12월 1조6547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9~10월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
크레딧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BBB 투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 중앙그룹 사태에 단기자금시장 불안까지 맞물리면서 하반기엔 AA급 발행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