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미국이 3000억달러(약 453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 조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간자본 중심으로 기금이 조성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동 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건설, 전력망, 디지털 인프라 등 첨단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기업들은 동맹국을 향한 투자 압박 부담과 자금 집행 과정의 불투명성을 우려하며 정부 차원의 정교한 대응책 마련을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내 메모리얼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제158회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의 전후 재건을 위해 3000억달러 규모의 국제 기금 조성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자본을 중심으로 기금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 정부의 조정 아래, 중동과 아시아 국가의 기업 투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까닭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압박할 수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해당 기금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자금이 이미 출자 약정된 상태라며 미국과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15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조달에 동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구체적인 기업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너지와 물류, 제조, 운송 등 광범위한 산업 영역이 투자 분야에 해당합니다.
이란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전후 재건 과정에서 건설과 플랜트뿐 아니라 전력망과 통신망,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등 대규모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노후 전력망 교체와 통신 인프라 구축, 산업 설비 현대화 작업도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자업계 역시 수혜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동은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전자 기업들의 주요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로, 이란 역시 국제 제재 이전에는 중동 내 주요 소비시장으로 평가를 받은 만큼, 가전과 정보기술(IT) 기기, 산업용 전자장비 수요가 급증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병행될 경우 반도체와 서버 관련 수요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후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 속에서도 재계는 우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 구상이 현실화될지 여부부터 불확실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미국의 대이란 정책 역시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변할 수 있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시시각각 바뀌는 경우가 많아 계속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먼저 투입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자금 집행 과정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습니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큰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재건 기금이 조성되더라도 실제 사업 집행 과정에서 예산이 제대로 사용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자금 운용의 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금을 낸다고 해도 중간에서 자금이 새거나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민주적 통제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자금 집행 과정이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해야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합리적인 기준이나 약속을 사전에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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