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서열화 안돼"…벤처업계, 금융당국에 5대 정책과제 제안
코스닥 세그먼트·상폐 기준 유예 등 5대 과제 제안
"혁신기업 성장사다리 훼손 우려…업계와 소통 필요"
2026-06-15 16:10:36 2026-06-15 17:02:49
[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벤처업계가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개편과 관련해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 유예와 중복상장 규제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등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시장 개혁이 혁신기업의 성장과 자금조달 기능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본시장 개편 관련 5대 정책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업계는 △코스닥 세그먼트 시행 유예 및 재검토 △중복상장 금지 예외 적용 △상장폐지 요건 시행 유예 및 기준 재검토 △금융당국·업계 간 정책협의체 상설화 △기술특례상장 제도 보완 등을 요구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불공정거래 근절과 주주 보호, 혁신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 등을 중심으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벤처업계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혁신기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규제와 퇴출 중심의 개편이 성장 단계 기업의 자금조달까지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코스닥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올해 4월 기준 코스닥 상장기업 1603개사 가운데 벤처이력기업은 1274개사로 전체의 79.5%를 차지합니다. 시가총액 비중도 81.1%에 달합니다. 최근 4년간 기술특례상장 기업 127개사 가운데 벤처기업은 114개사로 89.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벤처업계는 우선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도입에 대해 시장 내 서열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딥테크 기업 등은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아 단기 실적이 낮을 수 있는데 재무지표 중심 분류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상장폐지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업계는 2027년부터 적용 예정인 코스닥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이 기준 근접 기업에 대한 낙인 효과를 불러오고 자금조달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충분한 영향평가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중복상장 규제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 벤처기업의 자회사 상장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장사가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해 육성한 뒤 상장시키는 구조는 벤처투자의 주요 회수 경로인 만큼 국가전략산업이나 벤처투자 유치 기업 등에 대해서는 별도 심사 기준과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업계가 참여하는 상설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제도 개편 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정례적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역시 평가기관 간 기준 편차를 줄이고 업종별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자 보호와 혁신기업 자금조달 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코스닥은 혁신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회수 자금이 다시 창업과 투자로 흘러드는 시장"이라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벤처·스타트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규제에 머무를 경우 업계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스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누는 것은 시장 내 또 다른 서열을 만드는 것"이라며 "스탠다드 기업에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관투자자의 자금과 유동성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좋은 나라는 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코스닥은 벤처투자의 핵심 회수시장인 만큼 혁신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성장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신뢰를 잃은 시장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스타트업은 낮은 주가나 시가총액이 반드시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정량 지표만으로 퇴출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개편관련 벤처업계 정책제안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업계 대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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