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묶인 '선관위법'…이번에도 '뒷북 입법'
상임위 계류 선관위법 '15건'…소위 논의도 안 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국정조사·특검법 등 봇물
민주 "참정권 훼손 참사…선거법·선관위법 개정"
2026-06-09 18:02:21 2026-06-09 18:23:43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여야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선관위에 대한 감사 시행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는데요. 해당 법안이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만큼 국회가 이번에도 '뒷북 입법'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3일 충북 청주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가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고된 '선관위 참사'…문제 알면서 입법 흐지부지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15건의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지난 2023년 선관위 고위직의 자녀 채용 비리가 터진 이후 근무 태만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회가 선관위 개선 입법에 나섰던 겁니다.
 
주로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를 향한 감사 기능을 보완하고,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금지 및 상임화를 통한 책임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중앙선관위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선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각종 비리로 선관위 내부 감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법조계와 언론·경제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외부 인사를 추천받아 중앙선관위원장이 감사위원을 위촉하도록 했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한 법안에는 중앙선관위 감사위원회가 매년 정기 감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의결을 통해 감사원에 외부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감사 결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감사 사각지대'로 인한 견제 부재가 선관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지선 전부터 문제의식과 대책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과 박충권 의원의 경우 선거 관리 업무 집중을 위해 법관이 각급선관위원장으로 호선돼 겸직하는 것을 막고, 상임화를 추진하는 선관위법 개정안을 각각 발표했습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과 허영 민주당 의원은 중앙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임명 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주의 근간 흔들리자…'선관위 개혁' 재시동
 
하지만 대부분 법안은 상임위 소위에서조차 논의 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입니다. '4급 이상 공무원'의 친인척 채용과 승진 현황을 매년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선관위법 개정안(대안)'만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됐을 뿐입니다.
 
지난해 3월 여당이던 국민의힘이 선관위 부패 개혁을 위한 '5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특별감사관을 도입해 외부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임 금지, 시·도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지방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자격을 외부 인사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감사 실시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특별감사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습니다.
 
약 1년이 흘러 선관위의 부실 관리로 투표용지 사태가 발생하자 국회에서는 다시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루는 실정입니다. 지난 8일 여야는 앞다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선거 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 등은 국정조사의 연장선인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1호 법안'으로 '감사원법 개정안'을 낙점했습니다. 그는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앙선관위에 대해 외부 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어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과 중앙선관위원장을 상임직으로 전환하는 법안 발의를 '선관위 개혁법' 2·3호로 소개했습니다.
 
여당에서도 선관위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참정권 모두를 치명적으로 훼손한 참사"라며 "선거관리 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위해 공직선거법과 선관위법 개정에도 곧장 착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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