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박진석·신유미 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일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점점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와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집결했습니다. 이들은 투표함 반출을 막고 선거 무효와 재투표를 요구하며 "부정선거, 선거 무효" 등의 구호를 외쳐댔습니다.
잠실 투표함 대치 이어져…오세훈 '당선 확정' 지연
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본투표일인 지난 3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서울 송파구 우성아파트 경로당) 앞은 이튿날인 4일 오후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와 선관위의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은 확정됐지만, 시위대들은 '이번 선거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이곳의 투표함 반출을 막아섰습니다.
전날에 이어 '부정선거'를 외치던 시위대는 오전 10시30분쯤 경로당 정문과 후문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장기 농성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도 집회 현장에 왔습니다. 그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야 할 선거를 오후 4시에 끝냈다. 종이가 없어서 못했다는 것"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선관위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문제"라며 비난의 대상을 확장했습니다.
항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오전 11시쯤 김범진 서울시선관위 사무처장이 투표소 밖으로 나와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김 처장은 "선거 과정에 일부 부실한 점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서울시선관위를 대표해서 사과한다"면서 "제2투표소 투표함을 개표하지 못해 아직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표 결과가 확정돼야 이 선거의 효력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분노한 시민들은 김 처장의 말을 막아세우면서 "부정선거인데 어떻게 믿느냐. 선관위를 해체해라"를 외쳤습니다. 김 처장은 자리를 떠나려는 과정에서 길을 막아선 시위대에 의해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 신병을 확보해라. 왜 도망가느냐"라고 소리쳤고, 곳곳에서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시선관위는 물리력을 동원한 투표함 이송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선인 확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개표를 마쳐야 합니다. 아직 개표소로 이동하지 못한 투표함은 2개로, 약 2000표가 '고립'되어 있는 걸로 추산됩니다.
공직선거법 제187조(대통령 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와 제191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 등에 따르면, 개표를 모두 마친 후 당선인을 결정·공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결정·공고 시한을 별도로 못 박지 않았습니다. 투표함 반출이 지연될수록 당선인 확정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선관위 앞도 시위 지속…"오세훈 당선됐어도 무효"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관위 청사 앞에서도 3일 오후부터 시작된 밤샘 시위가 이튿날까지 지속됐습니다. 이들은 시위 무대 앞 스크린에 '부정선거 원천무효'라는 글자를 띄워놓고 '부정선거 척결' '부정선거 사형'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었습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경찰 추산 약 1000명의 시민들이 집결했습니다.
집회는 중앙선관위 앞 1개 차로를 점거한 채 진행됐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각자 태극기와 성조기가 그려진 우산, '윤어게인' 글자가 적힌 손팻말을 준비했습니다. 몇몇은 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탓에 각자의 얼굴엔 구슬땀이 흘렀습니다. 낮 12시가 넘어서며 빗방울이 떨어지자 시민들은 우산을 저마다 펼쳐 들었습니다.
보수 유튜버 전한길씨는 연단에 올라 '부정선거 척결하라' 등 구호를 외쳤습니다. 전씨는 "이번 지방선거는 전부 무효임을 선언한다. 당선도, 낙선도 의미가 없는 부정선거"라며 "우리가 물러나면 자유 대한민국의 공정한 선거는 멀어지고 우리의 주권은 다 뺏기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곳에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 역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면서 재투표를 요구했습니다.
경북 성주에서 왔다는 70대 A씨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도 말이 안 되고,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한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부정선거를 통해 잘못된 지도자가 뽑히니까 사법부를 잡아먹으며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왔다는 40대 B씨는 "이번 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은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재투표를 해야 한다. 선거 결과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지하철 정부과천청사역 입구에서 단체로 내리는 어르신들은 ‘사랑제일교회’에서 연락을 받고 왔다며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극우 성향의 전광훈씨가 목사로 있는 교회입니다. C(68)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됐어도 부정선거는 부정선거다. 재투표를 해야 한다"며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당선된 지역이 다수인 게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D(63)씨는 "충남에서 교인들과 함께 왔다"며 "밤새 한 숨도 못 자다가 오전 4시30분에 출발해 10시쯤 과천에 도착했다. 회사에도 ‘이번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출근 못 한다’고 말해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피고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도 연단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이재명과 목숨 걸고 싸운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지키는 것을 저들(선관위)한테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 선거는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 잠실=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경기 과천=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경기 과천=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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