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파도 올라탄 HMM, 22척 투입해 동남아 승부수
최영순 동남아권역장 싱가폴 인터뷰
"탈중국 화물 선제적 흡수 최대 과제"
"연말 인니 합작사 설립해 전환 목표"
2026-06-04 14:00:00 2026-06-04 14:27:56
[싱가포르=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코로나19 물류 대란 당시 동남아 역내 점유율이 0.5%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28년부터 1700~2800TEU급 소형 컨테이너선 22척을 대거 투입해 독자적인 동남아 네트워크를 재건할 계획입니다.”
 
싱가포르 HMM 동남아권역 본부 사무실 입구에서 최영순 권역장이 화물이 선적된 ‘HMM 헬싱키’호 대형 사진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달 28일 만난 최영순 HMM(011200) 동남아권역장은 공급망 재편의 한가운데 선 HMM의 전략을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동남아권역 본부는 싱가포르 중심지인 비치 로드에 있었습니다. 랜드마크 빌딩인 게이트웨이 이스트(Gateway East) 32층에 자리한 사무실 너머로 멀리 싱가포르 해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해상운임이 폭등하자, 국적선사인 HMM은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중국발 동남아 노선 선박까지 모조리 차출해 미주와 유럽 노선에 임시 선박으로 투입했습니다. 수출길이 막혀 도산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습니다. 최 권역장의 말은 이때 잃어버린 아시아 안마당 물류망을 독자적인 피더(지선) 네트워크 확충으로 완벽하게 재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습니다.
 
HMM 동남아권역 본부는 글로벌 해상 트래픽의 중심지이자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베트남부터 방글라데시, 호주에 이르는 10개국을 관할하며 전사 물동량의 16.6%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권역 내 조직은 진출 국가의 규제와 리스크에 맞춰 6개 법인과 4개 대리점으로 이원화해 총 502명이 근무 중입니다. 외국인 투자가 자유롭고 시장이 안정적인 6개국에는 주재원 22명을 포함해 총 345명이 소속된 자사 법인을 세워 영업망을 직접 통제하는 반면,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제가 있거나 정치적 변동성이 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4개국은 주재원 1명 등 총 157명이 근무하는 대리점 체제를 둬 현지 위험 부담을 최소화했습니다.
 
1992년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해 34년간 해운업에 몸담은 물류 전문가인 최 권역장은, 미주 지역 팀장 등을 거치며 글로벌 현장 영업 감각을 익혔고, 올 초 싱가포르 권역장으로 부임해 아시아 물류 시장 최전선에서 조직을 이끌고 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싱가포르 게이트웨이 이스트 32층 HMM 동남아권역 본부 창밖으로 도심 건설 현장과 수많은 선박이 떠 있는 싱가포르 해협이 내려다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글로벌 주요 항만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항만 적체는 코로나19 이후 지속해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선박 제조 기술이 발달해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이 등장하면서 400미터에 달하는 배를 하역하는 데 최대 4일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배는 커지고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터미널 인프라 확장은 물리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지정학적 위기 탓에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 등 주요 바닷길이 연쇄적으로 막히면서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해 스케줄 ‘정시성’이 붕괴됐습니다. 상하이 등 특정 항만에 배가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며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앞으로도 터미널 처리 능력 부족 현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선사들의 터미널 투자나 인프라 확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터미널은 국가 사업인 데다 환경 문제와 직결돼 있어 공격적인 투자가 매우 어렵습니다. 매물 자체도 부족합니다. HMM은 현재 부산, 미국 타코마, 네덜란드 로테르담, 대만 등에 터미널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부펀드 테마섹과 싱가포르 항만공사(PSA)가 터미널을 100% 소유하고 있지만, 당사는 현지 기관과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해 1년에 50만TEU 물동량을 보장받고 전용 선석을 확보했습니다. 하역 지연 리스크를 대폭 낮추고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권역의 최근 시장 변화는?
미·중 갈등에 따른 관세 문제로 글로벌 기업들 생산 기지가 중국에서 동남아로 대거 이동하는 ‘차이나 엑소더스’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케미컬, 플라스틱 등 원자재를 수입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가전제품이나 가구 같은 공산품으로 조립한 뒤 다시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는 형태입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역내 물동량을 선제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관할 10개국 시장의 향후 전망은?
베트남은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급격히 팽창 중이며 방글라데시 역시 탈중국 글로벌 자본이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권역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물려 강력한 대체 제조업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반면 태국은 다소 정체된 분위기이고, 인도네시아는 잠재력은 크지만 넓은 지형과 수도 이전 변수 등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한 시장입니다. 필리핀과 미얀마는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각국 특성과 위험도에 맞춘 최적화된 물류 네트워크를 2~3년 내에 완성해 글로벌 불확실성을 돌파해 나가겠습니다.
 
-권역 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현지 협력사에 의존하는 일부 대리점을 100% 자사 법인이나 JV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인도네시아의 경우 리스크를 분담하면서도 당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JV 설립을 검토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전환에 나설 계획입니다. 법적인 처우나 시스템 일원화를 통해 주재원과 현지 직원 간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뤄내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최영순 권역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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