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상장 세미티에스, 회계기준 변경해 신뢰성 흔들
설치 완료 시점 매출 일시 인식…실적 착시 및 변동성 우려
스톡옵션 214만주 잠재 매물…상장 첫해 상장비용도 부담
2026-05-13 16:39:42 2026-05-13 16:54:5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NH스팩29호와 합병을 추진 중인 세미티에스가 감사보고서 발행 지연 끝에 수익 인식 방식을 변경한 점이 부각됩니다. 장비 인도 시점이 아닌 설치 완료 시점에 매출을 일시 인식하기로 하면서 향후 실적 '착시현상'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214만주 규모의 스톡옵션 등 오버행 우려도 겹칩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미티에스는 2024년도 지정감사 과정에서 해외 매출 인식 시점을 두고 감사인과 이견을 보이며 감사보고서 발행이 지난해 9월까지 지연됐습니다. 결국 세미티에스는 기존의 '인도 및 설치 진행률'에 따른 수익 인식 기준을 '설치 완료 후 일시 인식'으로 변경하고 2023년 재무제표까지 소급 재작성했습니다. '장비 판매(인도 기준)'와 '설치 용역(진행 기준)'을 별개로 보던 기존 회계 처리를, 두 요소를 하나로 묶어 '최종 설치 완료 시점(인도 기준)'에 일괄 인식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 핵심입니다.
 
감사보고서 발행 지연과 수익 인식 기준의 수정은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내부 회계 통제 시스템이 적격 기준에 미비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장비 판매와 설치 용역을 결합된 하나의 수행 의무로 보아 설치 완료 시점에 수익을 일시 인식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기말 '장비 설치 완료 확인서(FAC)' 한 장이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수백억 원의 매출이 이월되는 등 실적 변동성이 높아질 위험도 안게 됐습니다.
 
합병가액 산정에도 맹점이 있습니다. 세미티에스의 1주당 합병가액은 4512원으로 산정됐습니다. 이 가치 산정의 중심이 된 수익가치(6746원)의 추정 논리를 보면 낙관적 전망이 깔렸습니다. 2025년 229억원인 매출이 2029년 687억원으로 3배 폭증할 것이란 공격적인 가정이 반영됐습니다.
 
 
 
이 장밋빛 전망의 핵심 근거는 신제품인 ‘질소퍼지시스템(SP4, N2LPR)’입니다.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해당 프로젝트가 수치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프로젝트 수주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현재 산정된 합병가액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실적은 화려합니다. 2025년 가결산 기준 영업이익 63억원, 수주잔고 627억원입니다. 하지만 스팩 합병 회계(K-IFRS)의 특성을 뜯어보면 상장 첫해 재무제표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합병 승인 시점의 스팩 주가가 공모가(2000원)를 상회할 경우 그 차액이 모두 '상장비용'으로 계상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팩 주가가 3000원에 형성될 경우, 세미티에스가 부담해야 할 장부상 비용은 약 154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1년 치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수급 측면에서 리스크도 상당합니다. 현재 임직원에게 부여된 미행사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은 214만487주나 됩니다. 그런데 행사 가격은 793원으로, 합병가액(4512원)의 약 17% 수준에 불과합니다. 상장 후 1년의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에 이 물량이 쏟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과 주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합니다.
 
매출의 72% 이상이 중국에 편중된 사업 구조는 양날의 검입니다. 미·중 반도체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회사의 주력인 반도체 전공정 물류 자동화 설비는 보조 장비로 분류돼 미 상무부(BIS) 규제를 피해갔습니다. 하지만 추후 핵심 부품(센서, 제어모듈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매출 기반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세미티에스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에는 성공했지만, 상장 직전 발생한 회계 기준 변경과 내부통제 미비점은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수주 잔고라는 숫자보다 장부상 적자 가능성과 오버행 등 구조적 결함을 먼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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