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권 “당국 대출규제, 손발 묶고 달리라는 꼴”
2026-05-07 15:06:00 2026-05-07 15:09:1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잔인한 금융'을 지적하며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을 복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엇박자 대출 규제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떠받쳐온 상호금융권에선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영업이 사실상 막힌 상황인데요. 상호금융사들은 대출을 더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민대출을 더 늘리라는 주문을 받고 있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새마을금고·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폭이 가계대출 총량의 4배에 달했던 새마을금고는 올해 가계대출 순증을 사실상 '0%' 수준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모든 집단대출을 중단했고, 농협도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이 1%를 초과한 조합의 준·비조합원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대출 영업이 멈춘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시장에서 신협·농축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입니다. 10여년전 30% 수준에 달한 이후 급속도로 줄었는데요. 최근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까지 더해지며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은행 등 금융사의 중·저신용자 회피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중·저신용자들은 외면한 채 우량 차주 중심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수익성이 높은 고신용자 위주로만 대출을 공급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의 자금 접근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특히 서민금융 공급 역할을 기대받으며 탄생한 국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정작 부동산 담보대출과 고신용자 중심 영업 비중이 높아지며 본래의 서민·지역금융 기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SNS 글을 통해 "서민금융기관에 비과세 혜택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실은 조합원 대출보다 중앙회 예치가 늘어나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을 더 늘리지 못하는 데 자금 공급을 더 늘리는 주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신용도에 따라 업권별 접근성을 구별하기 보다는 은행을 비롯해 상호금융권까지 동일한 잣대로 대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외면하는 차주를 제2금융권이 떠받치는 구조인데, 지금은 그 통로까지 동시에 막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가 잇달아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모습. (사진=뉴시스)
 
일반적으로 금융권은 은행 등 1금융권이 거래고객이 가장 많지만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그 아래에는 중저신용자들이 상호금융권이나 저축은행이 층층이 쌓여있는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금융권이 커버하지 않는 차주를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이 흡수해왔습니다. 주택담보대출만 보더라도 통상 시중은행은 1~4등급 수준 차주를 중심으로 취급하고, 그 아래 구간은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담당해왔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이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며 부동산·담보대출 위주로 편중된 대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상태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출한도를 설정하고, 부동산업·건설업 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규제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자산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압박만 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에 편중된 자산 구조를 재편하려면 신규 자산을 늘려야 하는데 총량 규제로 아예 성장 자체를 막아버린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을 줄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중저신용자 공급 역할도 하라고 하면 손발을 묶어 놓고 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의 포용적 금융 확대를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역(비수도권)·서민(중저소득·신용자)·사회연대 경제 조직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포용적 금융'으로 정의하고, 관련 대출에 예대율 등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내용인데요. 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정책이 병행되면서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지역 기반 서민금융 성격이 강한 만큼 단순한 총량 억제보다 차주 특성과 지역 금융 수요를 고려한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호금융이 사실상 유일한 생활 금융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은행에는 중저신용자 취급 확대를 요구하면서도 실제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제2금융권에는 동일한 총량 규제를 들이대는 현재 구조로는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하면서 실제 그 차주를 받아주는 상호금융권까지 규제하면 결국 대출 수요는 불법 사금융이나 대부업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간에 가계대출 관리 효과는 낼 수 있겠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획일적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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